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상한을 70%로 높이기로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게 맞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뭐 그렇습니다…”라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하지만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 대해선 “현행 규제비율 유지라는 우리 입장을 기재부에 전달했다”며 한결 자신감 있게 말했습니다.
허나 바로 이튿날 그 고위 당국자에게 DTI 규제비율도 현행 50~60%에서 60%로 일괄 상향조정한다는 소식이 사실인지를 물어야만 했습니다. 가타부타 말이 없이 “(최경환)부총리가 관계부처와 협의한다고 하셨으니 두고 봅시다…”라는 우물우물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내년엔 아예 LTV, DTI 규제가 폐지될 것이란 보도를 부인하는 그의 말을 믿어야 할지 고민스러웠습니다.
올해 2월만 해도 “LTV와 DTI는 경기대책이나 주택정책이기에 앞서 금융안정책”이라며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당당히 대립각을 세웠던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LTV, DTI와 같은) 금융정책은 금융안정뿐 아니라 실물경제 지원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급선회한 일(16일자 8면)을 재론하지 않겠습니다. 2월이나 지금이나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LTV, DTI의 ‘합리적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신 위원장의 항변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다만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최우선 임무로 내세우며 부동산 규제의 마지막 보루 격인 LTV, DTI를 수호해온 금융 당국 수장으로서 어떤 여건 변화가 있었기에 규제 완화 요구에 응하고 있는지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은행 빚에 전세보증금을 얹어 무리하게 주택을 사는 일이 다반사인 현실에서 자칫 부실 집주인을 양산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편에선 지금도 주택담보대출이 현행 LTV, DTI 상한에 못 미치는 수준 아니냐, 대다수가 집값 하락을 예측하는 상황에서 대출 여력을 늘려봤자 주택 구매가 아닌 다른 용처로 돈이 흘러가는 것 아니냐며 정책 효과를 의심합니다. 이런 질문들이 모두 답할 가치도 없는 우문들은 아니겠지요?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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