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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준전략광물 확보" 탐사비 지원, 사장 바뀌고 정권 교체되자 프로젝트는 없던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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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준전략광물 확보" 탐사비 지원, 사장 바뀌고 정권 교체되자 프로젝트는 없던 일로

입력
2014.07.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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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진행된 호몬혼 크롬광산 개발 기본합의계약 체결식. 왼쪽부터 송재용 한국인프라자산운용 사장,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양밍 캄바야스 사장, 오광명 K&P 파트너스 인베스트먼트 대표다. K&P 제공
2012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진행된 호몬혼 크롬광산 개발 기본합의계약 체결식. 왼쪽부터 송재용 한국인프라자산운용 사장,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양밍 캄바야스 사장, 오광명 K&P 파트너스 인베스트먼트 대표다. K&P 제공

국제계약(HOA)까지 맺은 필리핀 호몬혼 크롬광산 개발 프로젝트가 갑작스럽게 중단된 데는 실질적인 책임자이자 투자자였던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아니면 말고’ 식 사업 진행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국컨소시엄의 오광명 K&P 파트너스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16일 “HOA 체결 초기에라도 광물공사가 투자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면 다른 파트너를 물색해 사업을 풀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몬혼 크롬광산의 매장량은 2,100만톤(품위 20.03% 기준, 환산 가치 약 1조원)으로 우리나라가 운영권을 따내기 전까지 해마다 약 3만6,000톤의 정광(가루 형태의 광물)을 생산해왔다. 한국컨소시엄은 HOA 체결 당시 장비와 인력을 보강해 생산량을 연 36만톤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물공사는 본 계약을 맺어 놓고도 진행을 차일피일 미뤘다. 오 대표는 “계약이 늦어지자 필리핀 광산주는 다른 투자자를 찾겠다고 했지만, 광물공사가 기다려달라고 요청해 계약을 깨지 말라는 경고장까지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광물공사는 사장을 포함해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직원들이 대거 교체됐다. 지난해 2월 새 담당자로부터 오 대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기존 담당자들이 전문지식 없이 진행했던 사업이고, HOA를 맺었더라도 이행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면서 직접 투자하라는 식으로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이후 수 차례 설득했으나 광물공사 측은 결국 투자를 철회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광물공사 관계자는 “계약 전 작성된 보고서들마다 광물 회수율이 제각각이었던 점이 사업성을 확신하기 어려웠던 주요 이유”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광물 회수율은 사용한 기계와 기술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반박했다.

프로젝트 초반만 해도 광물공사가 자발적으로 K&P에 사업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탐사 인력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스테인리스와 각종 특수강, 합금 등의 주원료인 크롬은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국가 차원의 ‘준전략광물’로 지정했을 만큼 중요한 희유금속이기 때문이다. 옛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도 HOA 체결 전 호몬혼 광산 탐사에 1억5,000여 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준전략광물이란 용어는 없어졌고, 호몬혼 프로젝트는 ‘없던 일’이 됐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가 활발히 추진했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최근 줄줄이 감사 대상이 되거나 취소된 것도 이번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호몬혼 프로젝트를 인수인계 받은 광물공사 관계자도 “전임 사장이 정부가 희유금속을 많이 확보하라고 해서 특별 지시로 만들어진 프로젝트였다”며 계약파기의 책임을 김신종 전 사장에게 돌렸다.

한국컨소시엄이 일방적으로 HOA를 파기한 탓에 자칫 국제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나, 최근 필리핀이 중국 투자자와 새로 계약을 맺어 외교적 마찰은 피했다. 그러나 K&P는 수 십억원의 투자금을 날린 채 문을 닫았다. 오 대표는 “가족 같은 직원들을 모두 퇴사시키고 나니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청와대 게시판에 세차례 억울한 사연을 올리고 국민신문고도 여섯차례 두드려봤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자원부는 “투자 결정은 개별 기관의 판단에 따른 사안이고, 어쩔 수 없는 변동 사항이 생겨도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교과서 같은’ 답변만 했다.

오 대표는 “8년 동안 예상 수익금 2,100억원, 1조원 가치의 매장량을 지닌 귀중한 광물자원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광물공사의 무책임한 행태 때문에 중국에 넘어가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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