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한 교사가 다시는 교단에 서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입니까.”
16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A(45)씨의 언성은 높았다. 그는 서울 구로구 모 중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상의할 것이 있다며 아내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한 이 학교 교무부장 B(52) 교사에 대해 서울 남부교육지원청에 조사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졸속 조사(본보 16일자 10면)로 징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A씨는 “교육지원청이 제대로 조사를 해도 간통 교사의 징계는 정직이나 견책 이상 나오기 어렵다고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가 당연히 퇴출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이런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분개했다.
성범죄 비위가 있는 초중고 교사 3분의 2가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정직, 견책 등 가벼운 처벌을 받은 교사들이 휴직과 전근을 거쳐 아무일 없던 것처럼 교단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실이 제공한 ‘전국 17개 시ㆍ도 교육청의 최근 5년간 교사 징계의결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간통ㆍ성추행ㆍ성폭행 등 성범죄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교사는 모두 241명이다. 이들 가운데 해임, 파면 등 중징계를 받고 교단에서 쫓겨난 교사는 3분의 1 정도(84명)에 불과했다. 146명은 경징계를 받았을 뿐 교직을 유지하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하거나 일반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교단에 남은 교사들이 무려 100명이 넘었다.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 등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교직을 유지하고 있는 교사가 35명에 달했다. A씨의 경우처럼 학부모와 간통한 교사 2명도 경징계만 받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A씨는 이런 현실에 반발, 시민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성범죄 비위 교사 퇴출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B 교사뿐 아니라 모든 성범죄 비위 교사의 해임 처분이 가능한 제도를 마련하려고 한다. 이미 이성 구로구청장, 문갑수 중소상공인협의회장 등 지역사회 수많은 인사들이 동참하고 있다.
A씨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추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이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 교육당국이 성범죄 비위 교사들을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솜방망이 처벌하는 것은 피해를 입은 수많은 학생과 그 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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