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辯試성적 비공개하니 학벌·빽·인맥이 취업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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辯試성적 비공개하니 학벌·빽·인맥이 취업 기준

입력
2014.07.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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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로펌들의 로스쿨 졸업생 채용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 고위층 자녀에 특혜를 주는가 하면 명문대 출신을 주로 선발하는 등 인맥과 학벌을 채용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취업의 공정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이를 매개로 한 또 다른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일보가 국내 상위 10대 로펌의 변호사시험 출신자 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ㆍ현직 고위 법조인, 정치인, 고위관료, 대기업 CEO 등 유력 인사의 자제가 2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채용 면접에서는 부모의 직업과 주변 인맥, 학벌만 집중적으로 묻는다고 한다. 로펌 관계자는 “유력인사 자제를 활용해 소송 유치에 도움을 받는 것은 일종의 생존전략”이라고 밝혔다. 고위층 자녀 채용이 대형 사건 수임과 소송에 활용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16일자 1ㆍ5면 보도).

대형 로펌들의 학벌에 대한 집착은 더욱 심하다. 지난 3년 동안 10대 로펌에 신규 채용된 변호사 가운데 이른바 SKY(서울대ㆍ고대ㆍ연대) 로스쿨 출신은 64.2%였다. 특히 SKY 학부 출신은 74.1%에 달했다. SKY 중심으로 형성된 법원과 검찰의 인맥을 활용하려는 전략임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대형 로펌들의 불공정 채용이 만연한 배경에는 정부의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 원칙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 18조에는 불합격자 외에는 누구에게도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할 수 없도록 돼있다. 성적을 공개할 경우 로스쿨이 서열화될 뿐 아니라 변호사시험 경쟁이 치열해져 로스쿨 교육이 파행화할 우려가 크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성적 공개 여부와 무관하게 로스쿨이 속해있는 대학에 따라 서열화가 이뤄지고 있고, 대다수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합격에 목을 매고 있어 명분이 이미 사라졌다.

상당수 법조계 인사들은 성적 비공개로 인한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의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할 기준이 없어 로펌과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학벌주의와 연고주의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특히 지방대 로스쿨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변호사시험 성적이 좋으면 취업 기회가 생길 수 있는데 성적을 공개하지 않으니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기회를 얻을 수가 없다. 지역 분권화라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가 형해화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대형 로펌들의 불공정 행태는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이런 문제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변호사시험 성적이 그나마 가장 공정하며 생산적인 평가요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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