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에서 뉴스를 검색하다 숨이 턱 막혔다. 미국의 구인구직 정보업체 커리어캐스트가 2022년까지 고용하락률 전망을 토대로 ‘10대 사양(斜陽) 직종’을 선정했는데, 우체부 농부 검침원에 이어 신문기자가 4위에 올랐단다. 제 직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주범(!) 스마트폰을 통해 제 직업의 몰락을 예견한 기사를 읽고 있는 기자라니…. 며칠 뒤 한 중학교에서 ‘진로 멘토’로 초청강연을 하기로 한 데 생각이 미치자, 한숨이 이어졌다.
▦ 사실 종이신문의 암울한 미래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10년 전 미국의 언론학자 필립 마이어가 사라지는 신문(The Vanishing Newspaper)에서 예측한 ‘2043년 신문의 소멸’은 오히려 낙관적인 전망이었다. 종이신문의 하향곡선이 좀더 가파를 뿐, 방송뉴스의 미래도 별반 나을 게 없다. ‘유엔미래보고서 2040’에서 미래학자들이 꼽은 ‘2030년까지 사라지는 10가지’에는 종이(신문)와 함께 TV뉴스도 포함됐다.
▦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Digital First’를 외치며 혁신을 꾀하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 5월 방한한 IT미래학자 니코 멜레 하버드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신 보고서’를 평하며 ‘혁신의 딜레마’를 언급했다. “제안대로 하려면 종이신문을 죽여야” 하는데, “신문시대를 살았던 나이 든 임원들”이 과연 그럴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딱 부러진 해법을 내놓진 못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과거의 관행에 젖은 폐쇄적인 뉴스룸과 조직문화로는 몰락의 길을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 말이다.
▦ 한국 언론의 미래는 더 잿빛이다. 제대로 된 혁신은커녕 지상파 방송은 권력의 손아귀를, 신문들은 정파성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언론인 사사키 도시나오는 신문, 텔레비전의 소멸에서 신문의 사회적 역할 세가지 가운데 ‘1차 정보 취재’는 통신으로 충분하고, ‘여론 환기’는 블로거라도 가능하며, 남은 하나는 ‘조사(탐사)보도를 통한 권력 감시’인데 자신의 경험을 말하자면 “많은 신문기자는 거만하게 권력과 유착하는 존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나는 과연 어떤 기자인가. 디지털과 모바일에 짓눌린 현실을 한탄하기에 앞서 기자들 모두 자문해 볼 일이다.
이희정 논설위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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