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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할 때 미래의 퇴직금, 연금도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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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할 때 미래의 퇴직금, 연금도 나눠야

입력
2014.07.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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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에 받을 퇴직금, 연금도 분할 대상

미래에 받게 될 퇴직금ㆍ연금도 이혼하는 배우자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갈수록 수가 늘어나고 연령이 높아지는 이혼 부부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우선 퇴직금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까지 재산분할 대상 범위가 크게 확대된다. 노후 소득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고령화 시대에 직업 없는 배우자의 입장에서는 이혼 후 생계곤란 문제가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퇴직금과 연금을 나눠줘야 하는 배우자 입장에서는 이혼을 꺼리는 결과를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5년 이후 19년만에 바뀐 이번 판례는 부부가 공동으로 노력해 형성한 재산을 공평하게 나눈다는 이혼 재산분할의 대전제에서는 사실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기존 판례는 기술적으로 미래의 퇴직금이나 연금을 형평성 있게 나누기 힘드니 회피해 온 측면이 크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합리적인 계산방법을 찾아서 실질적 형평에 맞게 재산분할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이혼 및 재산분할소송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앉아 있다. 대법원은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연금 액수가 확정되지 않았으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고 결정했던 기존 판례를 깨고 미래에 받게 될 금액도 이혼할 때 나눠 가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이혼 및 재산분할소송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앉아 있다. 대법원은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연금 액수가 확정되지 않았으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고 결정했던 기존 판례를 깨고 미래에 받게 될 금액도 이혼할 때 나눠 가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연합뉴스

합리적 계산 방법과 기준 제시

재산분할을 계산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혼 확정 전 (이혼소송) 사실심 변론 종결시를 기준으로 그 시점에서 퇴직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예상 퇴직급여 상당액을 다른 재산과 함께 일괄해 청산하거나 이에 준하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재산분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이혼소송 2심 재판의 변론이 종료된 시점에서 퇴직한다고 가정하고 받게 될 금액을 추정해 분할하라는 뜻이다. 물론 재산분할 비율은 구체적인 사례마다 배우자 간 기여도에 따라 달라진다.

총액 예측 불가능한 연금도 매달 금액의 일정비율 지급해야

일반 재산과는 다른 기준으로 계산

퇴직연금의 경우 사망일자를 예측할 수 없어 총액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대신 매달 받는 금액 중 일정 비율을 나눠 지급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매달 200만원의 퇴직연금을 받는 남편에게 50 대 50의 비율로 분할할 수 있는 아내라면 이혼 후 월 100만원씩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배우자의 기여도를 일반 재산과 따로 계산해야 한다는 원칙도 포함됐다. 대법원은 “연금 수급권에 대한 기여도와 일반 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체 재산에 대한 하나의 분할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퇴직연금 수급권과 다른 일반 재산을 구분해 개별적으로 분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퇴직연금의 분할비율은 “전체 재직기간 중 실질적 혼인기간의 비율, 당사자의 직업 및 업무내용, 가사 내지 육아 부담의 분배 등 상대배우자가 협력 내지 기여한 정도와 제반 기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남편 A씨가 산 복권이 당첨됐다면 복권당첨금의 재산형성 기여도는 남편이 절대적으로 높으니 남편이 가져갈 몫이 크지만, A씨가 직장생활을 통해 받게 될 퇴직연금은 부인의 뒷바라지 정도에 따라 부인 몫도 상당히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이혼율에 미칠 전망은?

이번 판결이 이혼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냐 아니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배금자 변호사는 “이혼을 하고 싶어도 남편이 퇴직할 때까지 참고 사는 여성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판결로 이혼율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공동재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배우자 입장에서는 이혼하면 일반 재산뿐만 아니라 미래 퇴직금ㆍ연금까지 추가로 나눠줘야 하게 됐기 때문에 이혼을 안 하거나 최대한 미루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추측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현재 미래 퇴직금ㆍ연금 관련 이혼 재산분할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된 것만 총 8건으로 이 가운데 2건은 아직 퇴직하지 않은 배우자, 6건은 이미 퇴직한 배우자가 소송 당사자다. 법원행정처는 하급심 법원에 계류된 유사 소송은 수백 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미 이혼한 부부는 이번 판결을 근거로 다시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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