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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해양장(海洋葬)을 허락하면 어떨까

입력
2014.07.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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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동물이다. 그러나 동물이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면 동물과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동물들이 이를 드러낸다는 것은 적대감의 표시요, 공격의 신호탄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있어 입을 다문다는 것은 비호감이며 상대에 대한 거부다. 어디 이뿐일까? 동물도 죽고 사람도 죽는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애도가 있다. 길고 긴 장례절차가 있다. 나라와 문화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개월이 걸리는 장례도 있다. 애도의 기간은 더 길다. 이를 꿰뚫어 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장례예식을 행하는 동물”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애도와 장례의 의미를 많이 남겼다. 시신을 거두었을 때 그 어린 아이의 손에 꼭 쥐어있었던 학생증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이 울었다. 또 어떤 아이는 입에 그것을 꼭 물고 있었다는 이야기에 우리는 가슴을 쥐어뜯었다. 혹 자신을 찾지 못해 슬퍼할 부모들을 생각해서다. 군인들도 마찬가지다. 군인은 장례를 치를 때 수의를 갈아 입히지 않는다. 군복이 곧 수의다. 그들은 늘 죽음을 입고 다니는 자들이다. 더구나 목에 걸고 있는 인식표(dog tags)가 곧 비석의 구실을 한다. 참혹한 전쟁터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때라도 인식표로 신분을 확인하고 가족에게 돌려보낸다. 애도와 장례를 위해서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지 오늘로 석 달을 넘어서고 있다. 아직도 열한 명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한 채 진도 팽목항은 어두운 침묵에 사로잡혀 있다. 애도는 떠난 자에 대한 추억과 기억이자 남아있는 자들에 대한 치유가 그 목적이다. 새로운 삶에 대한 다짐이다. 그런데 남은 열한 가족은 그 마지막 절차마저 박탈당한 채 너무나 고통스런 자리에 머물러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은 월드컵에 묻히고 지방선거에 묻히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은 아직도 갈지(之)자를 긋고 있는 듯하다. 조사위원회에 대한 수사권 부여 여부, 조사위의 인적 구성, 국가배상책임 명시 여부 등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같은 ‘해난(재난) 사고’의 예방과 안전에 관한 법률 제정에 무게 추를 둘 수는 없는 것일까? 다시는 이런 슬픔과 고통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고인들에 대한 살아있는 자들의 예의일 것이다. 언제까지 기약 없이 미완성으로 남겨두어야 할지, 너무 슬프다.

슬픔에는 마침표가 없지만 이들의 삶이 이제 마침표를 찍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돌봐 주어야 한다. 재단 설립을 통해 안전사회 확립을 위한 제반 정책을 개발하고 외국의 대형 재난 극복 사례 등을 연구하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아주 현실적인 주제 하나가 해양장(海洋葬)을 허락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팽목항에 수목장의 와비(臥碑)처럼 부표 하나 남기고 메모리얼 스페이스를 마련할 수 없을까? 실종자 수색을 포기하자는 말이 결코 아니다. 꼭 찾아내야 한다. 그들의 고통이 너무 크고 길기에 먼저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한 다음 시신이 발견된다면 또 다시 이장(移葬)으로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이다.

현행 법규로는 매장과 화장을 통한 자연장만 허락이 된다. 2012년 해당 부처들이 논의를 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사회적 여론은 비등했지만 법제화까지 이르지 못한 실정이다. 이 참에 해난사고의 경우 해양장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지적장애인이나 치매환자의 발목에 ‘문신’을 새겨 미아나 실종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구나 그들은 바다에 수장되는 순간, 이미 장례를 치른 셈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 법안에는 시기를 명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사건 발생 며칠이 경과하면 합동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조처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유족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유가족들을 무한정 팽목항에 방치하는 일이 너무도 안타깝고 가슴 아파서 하는 소리다. 산 자를 또 죽음으로 내모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송길원 목사ㆍ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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