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이 흘리는 일곱 줄을 건드리자
내 손은 개나리 가지가 된다
현에 배어 있는 낮고 거친 음을 만져본다
노파의 눈물
흩어진 음들 모이더니 울림통을 뚫고
진양조장단의 술로 쏟아진다
소리가 글을 만드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글이 소리를 만드는 것만큼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좋은 시에서는 음악 소리가 난다. 음악 마니아로 알려진 시인 정재학의 시에서는 더 노골적이다. 시인은 세 번째 시집 ‘모음들이 쏟아진다’에서 여덟 개의 악기에 바치는 시를 썼다. ‘여덟 개의 악기가 뒤섞인 크로스오버적인 방의 공기 알갱이를 흡입한 기록들’이라는 긴 제목의 시에서 아코디언 소리는 “집시의 손가락 끝에서 흐르는 붉은 강물”, 콘트라베이스는 “둔탁하고 평화로운 연못”이 있는“응고된 아침”이 됐다. 맨 위에 인용한 구절은 여덟 번째 악기인 아쟁에 바치는 시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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