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보스니아내전 당시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네덜란드군이 스레브레니차에서 발생한 이슬람계 주민 학살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네덜란드 헤이그 민사법원은 16일 네덜란드 정부가 세르비아군의 스레브레니차 학살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법원은 “95년 7월 13일 네덜란드 유엔 평화유지군 부대에 있던 이슬람계 주민 300여명을 보호하지 못해 희생이 발생했다”면서 “네덜란드 정부는 이에 따라 희생자 유족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희생자 유족들은 네덜란드 유엔 평화유지군이 이슬람계 주민을 보호하지 못했다며 네덜란드 법원에 제소했다.
당시 네덜란드군은 유엔이 ‘안전지대’로 선포한 피난민 주거지 스레브레니차에서 이슬람계 주민 보호 임무를 맡고 있었으나 세르비아군과 전투를 치르지도 않고 스레브레니차를 내주었다. 이후 세르비아군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8,000여명의 이슬람계 주민을 학살했다. 스레브레니차 학살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학살사건 가운데 가장 잔혹한 사건으로 꼽힌다.
네덜란드 정부는 “당시 공중지원도 받지 못한 채 우리 병력은 유엔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150명의 네덜란드 유엔 평화유지군이 중무장한 다수의 세르비아군과 맞서 ‘안전지대’를 지키기에는 애초부터 무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스니아 내전에서 ‘인종 청소’ 혐의를 받는 전 세르비아계 군사령관 라트코 믈라디치는 헤이그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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