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금리 인하, 가계 부채에 도움 될지 단정 어려워"
옐런 "금리 인상 빨라질 수 있다… 아직은 경기부양 필요"
우리나라와 미국의 중앙은행 수장이 비슷한 시각 향후 금리정책과 관련한 발언을 했다. 한쪽(한국)은 기준금리 인하에 다소 부정적인 듯한, 다른 한쪽(미국)은 조기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 같은 뉘앙스의 발언이었다. 하지만 명쾌하지 않은 시그널에 시장에서의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한 강연에서 “금리정책의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금리 인하의 효과가 반드시 가계부채에 도움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금리를 낮춰서 소비를 촉진한다는 것은 가계부채 증가를 용인한다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가 늘어나서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효과까지 감안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시장에 금리 인하 시그널을 보낸 지 불과 5일 만. 시장에서 ‘8월 금리 인하설’이 대세로 자리 잡자 그 기대감에 살짝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한국은행이 최경환 경제팀의 금리 인하 요구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비등하자 비껴갈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 이 총재도 이날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양면성을 보자는 것” “금리 시그널은 두세 달 전에 줘야지만 누가 봐도 상황이 안 좋아지면 (금리 변화가) 빨라질 수 있다” 등의 언급을 했다.
앞서 1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선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의 금리 발언이 다양한 해석을 불러왔다. 옐런 의장은 하반기 경제전망 및 통화정책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고용시장이 빠르게 개선된다면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역시 “연준의 두 가지 목표,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을 수렴한다면 기준금리 인상을 현재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일찍, 그리고 더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옐런 의장은 “아직은 경기 회복세가 충분하지 않아 상당 기간 경기부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2015년 언젠가(sometime in 2015)”라는 모호한 답을 내놓았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로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주목하던 시장은 옐런 의장의 상충된 발언 중 어느 쪽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를 놓고 혼란스러워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연준이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판단했지만, 시장은 유럽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고 뉴욕증시가 혼조세를 보이는 등 반대 방향으로 반응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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