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 봉쇄 해제와 국경 개방 팔 재소자 석방문제 등 남아 거부
중재자 이집트 엘시시 향한 불신 일부선 하마스 내부 분열도 제기
압도적인 전력으로 무방비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공습을 퍼붓던 이스라엘은 15일 이집트의 휴전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정작 이를 거부한 것은 애초 이길 가망이 없던 팔레스타인이었다. 8일 동안 자국민 200여명이 숨지며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팔레스타인은 왜 휴전안을 거부한 걸까.
이집트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중재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15일 오전 9시(현시기간)부터 즉각 휴전에 돌입해 지상ㆍ해상ㆍ상공의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적대행위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의 지상작전과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 중단,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영토와 민간인에 대한 로켓 발사 중단이 포함돼 있다. 휴전한 뒤 48시간 이내에 양측 고위급이 카이로에서 만나 회담할 것도 제안했다.
하마스의 중재안 거부에 대해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해제, 가자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 개방, 이스라엘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재소자의 석방 등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마스가 “석방을 요구하는 재소자들은 2011년 이스라엘 피랍 병사 길라드 샬리트의 석방 대가로 풀려났다가 다시 이스라엘에 체포된 팔레스타인인들”이라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을 궁지로 몰아넣은 이런 압박들이 하나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휴전을 하마스는 ‘항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이스라엘 청소년 납치ㆍ살해 사건의 배후설을 차단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명분인 ‘하마스 배후설’을 반박하며 반격해왔다. 중재안을 수용할 경우 이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마스가 중재를 제안한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불신한다는 점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엘시시는 지난해 7월 자국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 출신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에 앞장서고, 올해 정권을 잡은 후에는 무슬림형제단의 분파인 하마스가 시나이반도에서 테러를 일삼는 무장단체와 연계됐다며 이집트에서 가자로 이어지는 라파 국경을 봉쇄하는 정책을 펴 왔다. 이집트 군부는 또 이집트에서 식료품, 군수용품, 연료 등을 들여 오던 지하 터널 수백 개도 파괴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로 향하는 무기와 군사장비 차단을 명분으로 2007년부터 무역 봉쇄 조치를 한 가자지구에는 치명타였다.
하마스 내부 분열 가능성을 제기하는 외신도 있다. CNN방송은 “이스라엘이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후 하마스 내 정치지도부와 군사조직의 의견이 충돌했다”고 전했다. 중재안이 나온 뒤 하마스 고위 간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 중”이라고 할 때, 군사조직인 카삼 여단은 “서명할 가치도 없는 모든 중재안을 거부한다”고 대응했다. 전문가들은 “하마스에서 누가 최종 권한을 갖고 전략을 끌어 가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각의 강경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재안을 받아들였던 것은 가자지구 공습으로 자국민의 분노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고 팔레스타인에도 타격을 줘 크게 손해 볼 것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으로 하마스 로켓탄 발사기지의 3분의 1 이상을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차별 공습에 대한 국제 비난도 부담이 된다.
휴전 중재가 무산된 15일 낮 12시부터 재개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또 팔레스타인 주민 7명이 숨졌다. 하마스도 로켓 포탄 150발을 쏘며 반격해 이날 오후 처음으로 에레즈 국경 근처에서 이스라엘군에 식사를 나르던 38세 이스라엘 남성이 로켓탄 파편을 맞고 숨졌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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