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유럽 등 잇단 反 달러 행보… 동아프리카 국가도 단일통화 추진
전 세계 중앙은행 보유 외환 美달러 비중 40여년 새 20%↓
"브릭스 통화, 대체통화론 아직" 달러 패권 붕괴엔 부정적 전망 우세

#. 지난 14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동부 포르탈레자시에서 열린 브릭스(BRICS) 국가 기업인들의 세미나. 브라질경제인연합회(CNI) 호비손 브라가 지 안드라지 회장은 “브릭스 회원국들 간에 무역대금을 결제할 때 가급적이면 달러화를 쓰는 대신 상호 자국통화 사용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굳이 막대한 외환거래 비용을 들여 가면서 달러나 유로화 결제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미국이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에 9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이달 초.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국제금융 거래에서 다양한 통화가 사용돼야 한다. 국제결제시장에는 재균형이 필요하며 이는 유로화 뿐 아니라 신흥국 통화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미국 달러화가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굳건히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해온 지 70년. 세계 곳곳에서 미국 달러화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들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G2로 성장한 중국의 견제, 미국과 경쟁 관계를 유지해 온 유럽의 자존심, 그리고 브릭스를 포함한 신흥국들의 급부상까지 맞물리면서 달러는 곳곳에서 뭇매를 맞는 양상이다.
달러 패권에 가장 적극적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올 들어 영국 런던에 이어 프랑스 파리, 룩셈부르크에 위안화 직접 결제가 가능하도록 ‘위안화 청산결제거래소’를 설치하기로 했으며 미국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들 조차 비용 절감을 위해 위안화 사용을 늘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할 정도로 중국의 위안화 세계화 전략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는 추세다.
또 다른 브릭스 국가인 러시아의 행보도 만만찮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는 지난 5월 30년간 약 4,000억달러(410조원 가량)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결제 통화로 달러를 배제하기로 합의했다. 더구나 이미 러시아는 유럽과 중동에 에너지와 농산물 수출대금을 루블화로 결재하도록 하며 달러 무력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달부터는 북한과의 무역대금을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 뿐이 아니다.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르완다, 부룬디 등 동아프리카 주요 5개국은 향후 10년 이내 단일 통화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런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16일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중 미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대만 해도 80%대에 육박했으나 지난해 현재 60.9%로 20%포인트 가까이 감소했다. 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등으로 달러 패권 지속이 어렵다는 비관론 때문에 각 국이 달러 비중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차 이 비중이 5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달러 패권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IMF는 작년 말 내놓은 ‘국제통화 시스템’ 보고서에서 브릭스 국가 통화가 달러를 대신할 수 있는 화폐라고 전망하면서도 “세계 경제를 아우를 수 있는 경제력과 선진화된 금융시장을 갖추고 있지 못해 달러 대체 통화로는 부적합하다”고 진단했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달러는 이미 반세기 이상 다양한 검증 속에서 사용되며 국제화를 이룬 상황”이라며 “세계 시장은 정치ㆍ경제적 목적 등을 고려하기 보다는 미 달러화의 편리성과 안정성에 매료돼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에 대한 도전은 점점 더 강해지겠지만, 그렇다고 권좌에서 끌어내리기가 쉽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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