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일반 수돗물 사용” 주장
사측 사태해결에 지나치게 소극적 지적도
부산을 대표하는 막걸리 '생탁'을 제조하는 부산합동양조 장림제조장 직원들이 무려 80여일 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29일부터 연차휴가 보장과 연장·야간근로수당의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점차 커져만 가는 양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노총 측이 생탁의 제조 과정 상 문제점 등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해 이번 사태의 새로운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민주노총 부산지부는 17일 오전 10시 부산진구에 위치한 부산식약청 앞에서 '부산합동양조 허위 광고 고발 및 제조과정 의혹 제기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민노총은 미리 공개한 기자회견문에서 "부산합동양조 장림제조장의 25명의 사장들은 생탁이라는 브랜드 가치로 엄청난 이윤을 축척하면서도 노동자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채 주 5일 근로는커녕 휴일 근로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고구마를 끼니로 제공하는가 하면 100인분의 하루 부식비로 불과 9만원을 책정하는 등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투쟁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받은 제보를 토대로 위생 상태 등 각종 문제점을 식약청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밝힌 생탁의 제조 환경이 사실이라면 생탁을 사랑하는 지역 애주가들에게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위생 장화를 신고 화장실을 드나드는가 하면 술 제조 원료인 꼬두밥이 바닥에 흘러도 그냥 빗자루로 쓸어서 다시 술 도가지에 담는 등 위생상태가 극히 열악했다”고 폭로했다.
노조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서도 고발했다. 이들은 "바닥과 술 도가지 등에 염소가루를 뿌려 두었다가 일정시간 뒤 청소를 하는데, 독성이 매우 강해 염소를 뿌려놓은 상태에서 작업을 하다 작업복이 탈색되거나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흘러 내리고 호흡이 곤란한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또한 "연산공장의 경우 염소 가루가 섞인 폐수가 그대로 정화조를 통해 방류, 정화조 미생물인 오니가 죽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폐수처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또 기자회견에서 사측의 허위 광고 의혹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노조는 "지하 300미터 천년 암반수로 빚고 있고 자동화된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반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다"며 "제조일자를 허위로 표기해 출고한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가 인사와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어 합의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으로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조정으로 협상 중이며,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체 대표가 취재진의 전화를 받지 않는 등 일각에서는 사측이 지나치게 사태해결에 소극적이란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장림제조장과 연산제조장으로 나눠 제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1970년 당시 흩어져있던 개별 양조장 43곳이 하나로 합쳐 만들어진 합자회사의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지금도 40여명의 사장이 회사 운영에 참여하고 있고, 그 대가로 상당한 수익을 챙겨가고 있다. 현재 직원들은 매일 사하구 장림동 장림제조장 앞에서 출근선전전을 하는 한편 사장들 집 앞을 돌아가며 집회를 갖고 있으나 반향이 없어 지역대표 막걸리 생탁의 원활하고 위생적인 공급을 위한 부산시 등의 적극적인 중재가 요구되고 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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