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오동석·김동현 실업팀 한 곳 밖에 없는 환경에서 기적의 세계선수권 6위 이끌어
"다음 목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실업 팀이 1,2개 더 생겨 마음 편하게 운동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지난 14일 막을 내린 2014 인천 세계 휠체어 농구선수권 대회에서는 몇몇 ‘영웅’들이 탄생했다. 국내 실업 팀이 단 한 곳(서울시청팀)뿐인 열악한 환경을 딛고 대표팀 선수들이 선전에 선전을 거듭하며 새 역사를 썼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8강 진출은 물론 세계 6위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표를 남겼다.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감동적인 성공 스토리였다.
그 중 가드 오동석(27)은 ‘올스타 베스트 5’에 선정되며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키 170㎝, 몸무게가 52㎏으로 체격은 왜소하지만 누구보다 빠르고 강해 ‘휠체어 농구계의 김승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열두 살 때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척수장애인, 오동석은 지난 7일 아르헨티나 전에서는 팀 득점의 절반이 넘는 28점을 퍼부어 55-46의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대회를 마친 그는 “베스트 5는 혼자만 잘해서 받은 상이 아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겠다”며 “어릴 땐 축구와 야구를 좋아했다. 휠체어에 앉은 후 한동안 운동을 하지 않다가 다시 농구를 하게 됐고, 그 이후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실업 팀이 더 생겼으면 한다”는 작은 소망도 전했다.
‘휠체어 농구계의 서장훈’ 김동현(27ㆍ산토스테파노)은 대표팀의 에이스다. 6살 때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뒤 농구를 통해 다시 일어 섰다. “내성적이었던 성격도 운동 후 바뀌었다”는 그는 “의족을 차고 걷는 게 부끄러웠다. 사람들이 알아볼까 억지로 비장애인처럼 걸으려 했다”면서 “농구를 한 뒤 자신감이 생겼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는 강팀과 붙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김동현은 2012년 12월 이탈리아 휠체어농구 프로리그에 진출했다. 2010년 영국 버밍엄 세계선수권에서 맹활약했고, 그의 기량을 눈 여겨 본 산토스테파노 구단이 영입을 제안했다. 김동현은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 최강 호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50-61로 패하긴 했지만 4쿼터 막판 퇴장을 당하기 전까지 18점, 9리바운드로 코트를 휘저었다.
이제 대표팀의 목표는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김동현은 “6위에 자만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당쇠’ 김호용(42)도 “나이만 보면 코치로 뛸 상황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체력 관리를 잘해 외국 선수들처럼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남경민 장애인농구협회 사무국장은 “한국이 6위라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던 것은 김호용 같은 고참이 궂은 일을 도맡는 투혼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경기 주도권을 상대방에게 뺏기기 않은 점도 중요하다”며 “국내에도 실업 팀이 좀 더 생겨 팬들이 주말에 휠체어농구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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