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등 출근 버스 늘렸지만 역부족…시민들 "지각 책임질 거냐" 분통
신갈에선 1시간 못 버티고 입석 허용 일부 시민 "안전 위해 불편 참아야"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광역버스의 입석금지 시행 첫날인 16일 경기도내 곳곳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평소보다 일찍 나오고도 30분~1시간씩 기다려야 했던 시민들은 지도 차 나온 공무원들과 승강이를 벌였고 일부 시군은 안전이 우려되자 1시간도 안돼 슬며시 입석을 허용하는 편법을 동원했다.
이날 오전 7시10분쯤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버스정류장.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100m 가량 늘어섰음에도 10여대가 연달아 무정차 통과하자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일부는 현장 공무원들에 불만을 쏟아냈고 일부는 제지에도 불구, 입석 승차를 강행했다.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관계자들은 입석을 허용했고, 전세버스들은 피크시간이 지난 7시20분이 돼서야 정류장에 몰려들어 시민들의 빈축을 샀다.
이 같은 상황은 용인시 신갈오거리, 수원시 우만주공4단지, 고양시 마두역 등도 마찬가지였다. 승객들은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우르르 몰려갔다 되돌아오는 불편을 되풀이했다. 참다 못한 시민들은 “30분이 지나 환승할인도 못 받게 됐다” “시민 골탕 먹이려는 거냐” “지각하면 책임 질 거냐”는 등의 항의를 쏟아냈고 안전을 우려한 공무원들은 슬며시 입석승차를 유도했다. 신갈오거리의 경우 오전 6시30분쯤 입석을 허용, 첫차 운행(5시30~40분) 뒤 1시간도 못 버틴 셈이다.
전부원(29ㆍ회사원)씨는 “이런 혼란도 예상하지 못하고 제도를 시행했다면 탁상행정의 표본일 것”이라면서 “아침 직장인들은 한시가 급한데 매번 가슴을 졸이며 출근하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월호 참사 뒤 안전을 강화하겠다며 3달여 만에 시행된 광역버스 입석금지 조치는 예상대로 졸속이었다. 그나마 혼란을 줄인 것은 역시 불편을 예상하고 30분~1시간 일찍 나온 시민들 덕이었다.
경기도 등은 서울행 광역버스 158대를 증차해 배차간격을 기존 7~8분에서 5분으로 줄였다고 밝혔지만 혼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회차 때 승객을 태우지 않는 ‘공차회송’으로 출근시간 전세버스를 2회 굴리겠다던 계획도 공염불에 불과했다. 급증한 교통량으로 경부ㆍ중부고속도로 서울방향과 서울시내 곳곳이 정체되면서 운행시간은 오히려 늘어졌다.
공무원들이 점검에 나서지 못한 정류장에서는 광역버스를 먼저 타기 위해 시민들이 차도로 뛰어드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승차 경쟁이 심하다 보니 버스가 도착하면 출입문 쪽으로 수 십 명씩 몰려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였다. 성남 효자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모(여ㆍ32)씨는 “방학기간에다 휴가철이라 그나마 승객이 적은 편인데도 이렇게 복잡하다”며 “평소에 7시30분에 집에서 나오는데 오늘은 50분 일찍 나오고도 20분째 기다리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버스회사는 버스회사대로 불만이 컸다. KD운송그룹 직원 김모(47)씨는 “승객이 대폭 줄 텐데 적자를 어떻게 메우려는지 모르겠다”면서 “야간에 취객이 왜 안태우냐며 소동이나 부리지 않을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불편하더라도 좌석제가 정착됐으면 하는 기대도 내비쳤다. 서모(34ㆍ여)씨는 “안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본다. 바쁜 출근길 짜증은 나지만 제도가 정착해 안전과 편의성이 좋아진다면 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앞으로 4주간 문제점을 보완해 불편을 최소화한 뒤 다음달 중순부터 입석운행 단속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범구 ebk@hk.co.kr 김기중 k2j@hk.co.kr 유명식기자 gij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