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근절 방안 마련…172회 신고한 사람도…악성 신고자 DB 구축
“술을 많이 마셔 못 움직이니 집으로 데려 달라.”, “집에 촛불을 켜 놓은 것 같은데 가서 좀 꺼달라.”…
울산소방본부(본부장 이갑규)가 긴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급차와 소방차를 보내달라며 수시로 119에 전화한 ‘상습 신고자’에 대해 관리에 나섰다.
울산소방본부는 지난해부터 올해 5월 말까지 1년 5개월간 총 35만1,794건의 119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이 중 10회 이상 상습적으로 신고한 사람이 2,010명에 이른다고 16일 밝혔다.
소방본부가 이들 2,010명의 신고내용을 분석한 결과 39명은 아예 긴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39명의 신고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119상황실 직원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구급차를 보내면 구급차에 손상을 입히거나, 음주 상태에서 집까지 태워 달라고 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 기간 무려 172회나 신고한 사람도 있었다.
상습 신고자들의 구체적 신고 사례를 보면 참 가관이다. 만취한 상태로 욕설을 하면서 “나는 구급차 단골손님이다. 술을 많이 마셔 못 움직이니 집으로 데려 달라.”고 하거나, 술에 취해 길가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추우니 문 좀 닫고 가라.”로 전화하고, “이번엔 진짜 아프다”라고 애원해 실제 출동하면 병원 가기 싫다고 구급차를 돌려보내기도 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긴급 상황이 아니거나 장난 삼아 전화하는 것은 업무를 지연시켜 신속한 구조를 방해하는 것을 물론 시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면서 “구급차 1대당 하루 평균 소요 비용이 32만 5,002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방본부는 이런 소방력 낭비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비긴급 상습 신고자 근절대책’을 수립, 강력 추진키로 했다.
대책은 3단계. 1단계는 10회 이상 비긴급 상습 신고자에겐 신고 자제 경고를 공문으로 통보하고, 2단계는 비긴급 상습 신고자들이 심리상담ㆍ치료를 받게 구ㆍ군 보건소에 협조를 요청하고, 3단계는 상담ㆍ치료 결과를 반영해 이후에도 상습적으로 119신고 전화를 계속 걸 경우 형법 제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반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이와 함께 소방본부는 119종합상황실 신고접수 요원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전문 콜센터 강사를 초청해 악성 전화 및 민원 대응 요령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향후 비긴급 상습 신고자에 대해선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키로 했다.
119종합상황실 관계자는 “비긴급 출동으로 현장 직원의 업무가 가중되고 상습 신고자들의 욕설로 상황실 직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이들 악성 상습 신고자들 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사고에 출동해야 하는 소방관들이 제때 출동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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