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서랍 속에 들어 있는 손톱깎이를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 시절 그랬던 것 같은데 아이들은, 그러니까 대략 열 살 미만의 어린아이들은 누가 손톱을 잘라주면 아프다고 말한다. 통점이 없는 손톱을 깎는데 마치 생살이라도 잘려나가는 것처럼 아프다고 말한다. 함부로 우직스럽게 깎는 것도 아닌, 엄마나 누나가 혹은 언니가 사랑스럽게 조심조심 손톱을 깎아도, 나, 아파요라고 말한다. 나는 대수롭잖게 생각됐던 그것이 지금 의미심장한 삶의 교술로 읽힌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 그 누구도 이 순환을 피할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열 살도 안 된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나고 샘솟는 존재다. 아이 자신의 여린 눈에도 자신이 육신과 영혼이 자라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는 환희에 들뜬 맘으로 새순처럼 초록처럼 뻗어나가는 자신의 성장을 발견할 것이다. 물을 먹은 5월의 나무처럼 매일매일 탄생하는 아이에게는 그것이 영혼에 대한 것이든 아니면 육체에 대한 것이든 무언가가 매일매일 태어나고 자라고 보태어지는 것이 익숙할 것이다. 그런 아이에게 무언가 떼어내지는 것, 결락되는 것, 잘려나가는 것을 보는 건 익숙하지도 않고 편하지도 않다. 그러니까 그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다. 그 심상이 감각으로 전이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무리 사랑스럽게 손톱을 깎아도 나, 아파요라고 마음의 입을 열어 말하는 것 아닐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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