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 문제' 불거지며 임명강행에서 급선회
전혀 몰랐던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큰 구멍'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급작스레 자진 사퇴하면서 급선회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까지 여권 지도부에 “장관 인선 문제는 맡겨달라”고 사실상 임명 강행의사를 밝히고 김무성 대표도 이날 오전 “대통령의 결정에 협조해 달라”고 주문하는 등 자진사퇴와 다른 분위기여서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자의 ‘여자문제’가 뒤늦게 불거지면서 청와대 기류가 급선회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 교문위 의원은 “야당에서 어제 정 후보자와 관련해 추가로 폭로할 게 있다고 전해 듣고, 청와대에 여러 경로로 의견을 전달했다”며 “여자 문제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오전 국회 교문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이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에게 이와 관련 “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추가로 폭로할 문제가 있다”고 경고했고 이에 신 의원은 청와대에 여러 경로로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실은 정 후보자의 여자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제보와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실은 여권 관계자들에게 내용을 전달하며 “사퇴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야당 측에서 전말을 파악하기까지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전혀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청와대가 정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국회에 재송부할 때만 해도 정 후보자가 양도세 탈루 의혹이나 폭탄주 논란에 대해 소명서를 제출해 적극 해명했다는 입장이었지만, 여자 문제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오찬을 할 때도 김무성 대표에게 정 후보자 문제를 “맡겨달라”고 요청하고 김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오전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정성근 후보자에 대해 들어온 제보를 놓고 추가 폭로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그 사안들은 교문 위원들이 ‘입에 담기조차 싫은 내용’이라고 말한다”고 밝히면서 청와대와 정 후보자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마음을 어지럽혀 드렸다. 용서를 빈다”며 장관 후보직을 자진사퇴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