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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골' 넣은 싱가포르 도박 근절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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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골' 넣은 싱가포르 도박 근절광고

입력
2014.07.1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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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거리에 설치됐던 도박 근절 광고. 싱가포르=로이터 연합
싱가포르 거리에 설치됐던 도박 근절 광고. 싱가포르=로이터 연합
도박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자 다시 제작된 광고. 광고 화면 캡처
도박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자 다시 제작된 광고. 광고 화면 캡처

월드컵 우승국으로 ‘독일’을 언급한 싱가포르의 도박 근절 공익광고가 거센 후 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기관 ‘도박문제국가위원회(NCPG)’가 제작해 월드컵 기간 동안 TV 방송과 길거리 광고판을 통해 내보낸 도박 근절 공익광고(위 사진)에서 ‘앤디’라는 이름의 어린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친구에게 “내가 저축한 돈 전부를 아빠가 독일에 걸어서 나는 독일이 이겼으면 좋겠어”라고 한 것이 큰 이야기 거리를 낳았다.

실제로 독일이 매 경기 압도적인 실력으로 승승장구하자 결과적으로 우승국을 맞춘 꼴이 되버려 싱가포르가 곤란한 지경에 빠진 것이다. 특히, 독일이 준결승에서 브라질을 7-1로 대파하고, 결승전에서는 아르헨티나 마저 1-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자 큰 반향이 없었던 이 광고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번지며 주목 받다가 오히려 ‘도박을 더욱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앤디야, 사실 너희 아빠는 엄청난 일을 하는 중이야’, ‘앤디야, 조금만 기다려’ 등 다양한 패러디물이 등장하고, 온갖 조롱이 이어졌다. NCPG가 광고에서 “도박으로 고통 받는 이가 때로는 도박하는 사람 본인이 아닐 수도 있다”며 “도박 습관을 깨버리자”고 홍보한 것도 머쓱하게 됐다.

NCPG는 논란이 번지자 “사람들이 월드컵에 휩쓸리는 걸 방지하고, 광고 속 메시지에 ‘리얼리즘’을 가미하기 위해 독일을 선택했다”고 해명했지만, BBC는 “(결과적으로) 싱가포르가 자살 골을 넣었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NCPG는 결국 아이들의 대화 내용을 바꾼 후속 광고(아래 사진)를 제작했다. 광고에서 친구가 앤디에게 “네 아빠가 맞췄네. 적금은 돌려받았어?”라고 묻자 앤디는 “아니, 아빠는 절대 멈추지 않아. 한 번 더 베팅하고 싶대”라고 대답한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앤디, 괜찮아. 아빠한테 가서 네 저금 돌려 받고, ‘다시는 도박하지 말라’고 말하거라”고 썼다. 후속으로 제작된 도박 근절광고는 23일까지 게재되거나 방송될 것이라고 한다.

싱가포르에서 도박은 매우 인기 있지만, 엄격히 규제된다고 한다. 특히, 축구경기 도박은 정부가 운영하는 지정된 곳에서만 허용된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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