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전압 강하로 급정차하면서 탈선"…한국교민 등 외국인 사상자는 없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지하철에서 15일 오전(현지시간) 발생한 전동차 탈선 사고 희생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현지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20명이 사망하고 120여명이 입원 중이다. 입원 환자 중에도 중환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보건부 공보실장 올렉 살라가이는 언론 인터뷰에서 "19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1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160명 이상이 부상해 그 중 129명이 입원했으며 42명이 중태"라고 덧붙였다.
탈선 사고는 이날 오전 8시 40분께 모스크바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아르바트스코-파크롭스카야 노선' 서쪽의 '슬라뱐스키 불바르' 역과 '파르크 파베디' 역 중간 지점에서 일어났다.
출근 시간대 승객들을 태우고 시속 70km 이상으로 달리던 전동차가 급정차하면서 그 충격으로 앞쪽 차량 3량이 탈선했다. 1량은 아예 깡통이 쭈그러지듯 완전히 파손됐다.
열차에 탔다 부상을 입은 한 목격자는 "전동차가 급정차하면서 승객들이 한쪽 편으로 내던져졌고 이후 실내 전등이 나가고 심한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문까지 잠겼다"며 "이제 끝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모스크바 지하철 당국은 지하철에 공급되는 전력의 전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열차가 급정차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전력회사는 그러나 지하철에 대한 전력 공급 차질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시 교통국은 테러 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전력 공급 차질 외에 전동차 자체의 기술적 결함, 철로 손상 등의 여러 가설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상자 가운데 외국인은 없다고 모스크바 시당국은 밝혔다. 주러 한국대사관도 "사상자 중에 한국 교민을 포함한 외국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사고 이후 200여 명의 승객이 지하철 터널에서 빠져나와 긴급 대피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고 신고를 접수한 비상사태부는 구조요원 300여 명을 현장에 긴급 투입돼 승객 구조 및 대피 작업에 나섰다. 8대의 헬기와 60여 대의 응급차도 동원해 환자 수송 작업을 벌였다. 시 당국은 승객 수송을 위해 60대의 버스를 추가로 배차했다.
이 때문에 사고 지점 도로엔 대규모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세르게이 소뱌닌 시장은 사고 현장에 직접 나와 구조 작업을 지휘했다.
남미 국가들을 순방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사고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가 밝혔다.
옛 소련 시절인 1930년대부터 건설된 모스크바 지하철은 현재 12개 노선이 운용되고 있다. 하루 평균 700만 명의 시민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선에서 노후한 소련 시절 전동차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고 역사 시설도 낡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3월 21일에도 모스크바 동북쪽 '숄코프스카야' 지하철 역 근처 지하 터널에서 배수관이 터지면서 철로가 물에 잠겨 600여 명의 승객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012년 6월에는 시내 중심가 '오호트니 랴드' 지하철 역 인근 구간에서 전력 공급선에 불이 나 4500명의 승객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50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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