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내 첫 혈액형 불일치 조합 콩팥교환이식 성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국내 첫 혈액형 불일치 조합 콩팥교환이식 성공

입력
2014.07.16 09:57
0 0

1만4,000여 이식대기자에게 희망줄 듯

삼성서울병원이 콩팥이식에 국내 처음으로 혈액형 불일치 조합을 포함한 교환이식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평균 1,732일이 걸리는 뇌사자 기증만 애타게 기다리는 1만4,729명의 이식 대기자에게 희망이 될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은 특히 단일 병원 최초로 세 쌍의 가족이 연달아 콩팥을 주고받는 릴레이 방식으로 교환이식을 진행했다. 교환이식은 가족이 환자에게 콩팥을 기증하려 해도 혈액형이 맞지 않거나 면역 거부반응 등 이식 실패 우려가 클 때, 성공 가능성이 높은 다른 환자와 가족을 찾아 콩팥을 주고받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지만,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를 교환하는 행위 자체가 워낙 예민한 문제라 콩팥을 주고받는 당사자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의학발전으로 ABO 혈액형 불일치 이식수술이 널리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교환이식에서는 한 차례도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이 이번에 ABO 혈액형 불일치 콩팥이식을 교환이식 수술에 도입함으로써 최소한 의학적 부담감은 일선 현장에서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삼성서울병원의 선례를 따라 혈액형 불일치가 더 이상 의학적 한계요소로 작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김성주·박재범·오하영·허우성·장혜련·강은숙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달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세 쌍의 이식환자와 가족이 콩팥을 주고 받았다. 이들은 최근 병원을 퇴원했다. 세 가족은 그동안 혈액형이 맞지 않거나 면역 거부반응 등으로 가족 구성원 내에서 는 기증받을 길이 없어 고민이 많았다.

강상덕(48)씨는 지난 2012년 사구체신염 등이 악화돼 콩팥 이식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남편으로부터 콩팥을 기증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남편에 대한 항체가 형성돼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을 찾기 전부터 B세포 항체 투여, 혈장교환술 및 면역글로불린 투여 등의 조치를 받으며 자체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뇌사자 기증만이 답이었다.

또 다른 환자 박인숙(60)씨는 당뇨병로 인해 콩팥 기능이 나빠 2002년부터 투석하며 버텨왔다. 신부전으로 상황이 악화되자 2009년 가족에게서 이식 받기로 했지만 강씨와 마찬가지로 항체가 형성돼 있었다. 그녀 역시 뇌사자 기증이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가능성은 낮았다.

세 번째 환자인 이언희(52)씨는 지난 2003년 남동생으로부터 콩팥을 한 차례 이식을 받았지만 2010년부터 기능이 떨어져 다시 투석(透析)해야 했다. 투석을 받으면서도 몸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유일한 희망인 아내와는 혈액형 부적합 등 조건이 맞지 않았다. 혈액형 부적합 콩팥을 이식하는 대신 뇌사자 기증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뇌사자 기증 대신 교환이식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대안이었지만 이마저 쉽지 않았다. 교환이식에 참여하는 가족 모두를 만족할 만한 조합을 찾아 짝지어 주는 것도 어려웠다. 최적의 조합으로 꼽힌 이들 세 가족 중 강씨 가족은 불가피하게 혈액형까지 맞추기는 어려웠다. 모두가 다시 절망에 빠질 수도 있는 순간, 강씨를 포함한 세 가족 모두 용기를 냈다.

강씨는 극복하기 불가능했던 교차반응 양성의 조합을 교환이식을 통해 극복이 비교적 가능한 혈액형 부적합 콩팥이식을 선택했다.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나머지 환자들과 가족들 역시 난관을 딛고 교환이식을 택했다.

강씨의 남편 허현선(52)씨는 박인숙씨에게, 박 씨의 남편 권성대(60)씨는 이언희씨에게 콩팥을 기증했다. 이 씨의 부인 나경순(47)씨는 강상덕씨에게 본인의 콩팥을 줬다. 이들은 교환이식으로 인연을 맺기 전까지 얼굴도 모른 채 살아왔지만 지금은 한 가족처럼 지낸다.

강씨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 받기 전 2년 동안 여러 병원을 다니며 수술을 위한 검사와 입원을 반복하여 힘들었다”며 “병원에서 이렇게 장기이식이 필요한 사람끼리 수술을 받게 되어 기쁘고 다행”이라고 했다.

부인을 위해 남에게 콩팥을 기증한 남편 허씨는 “콩팥이 필요한 사람끼리의 교환이식을 한다는 것도 생소한데 혈액형이 달라도 이식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다”며 “그 동안 이식을 못하지는 않을까 좌절도 실망도 많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기다리니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했다.

김성주 장기이식센터장은 “우리나라 장기이식의 경우 대기 환자에 비해 기증자가 현저히 적고, 가족 간에도 교차반응 양성으로 나타나는 등 이식조건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단일병원 내에서 혈액형 부적합 콩팥이식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교환이식이 활성화되면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어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