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 전도하는 칠레 한글학교 남도우 중남미 한글학교지역협회장

“한국에서 가장 먼 중남미에서도 한국인의 맥을 잇고 싶습니다.”
14일 인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는 세계 59개국에서 활동중인 한글학교 교사 188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문법교육이 한창이었다. ‘2014 재외 한글학교 교사 초청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신문활용교육(NIE), 교자재 제작법 등 현지 한글학교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강의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 중 남도우(49) 중남미 한글학교지역협회장은 한국에서 가장 먼 칠레에서 유일한 한글학교를 운영하는 교장 겸 교사다. 주말에는 5~12세의 이민자 2, 3세대가 한국의 역사와 문화, 언어를 배운다.
중남미의 한글학교 교육은 어느 지역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지리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멀어 물리적인 교류가 어렵기도 하지만, 문화적으로도 동적ㆍ외향적인 중남미 정서와 정적이고 내면의 성찰을 강조하는 한국의 정서가 대립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지문화에 동화할 지, 한국인의 정체성을 고수할 지 갈등하는 교민들이 많다고 했다. 남 협회장은 “부모세대(이민 1~1.5세대)와 자식 세대(2~3세대)에서 한글 교육의 목적의식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럼에도 중남미 한글학교는 타 지역에 비해 열악하다. 30~50년의 이민사를 가진 중남미이지만, 대부분의 한글학교들이 자기 건물 없이 지역의 학교나 교회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실정이다. 지역 정서에 맞는 맞춤형 교자재를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 2000년 초 건물을 구입한 칠레 한글학교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남 협회장은 “현지 학교의 빈 교실을 주말에만 빌려 운영하는데 3개월 만에 쫓겨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최근엔 K-팝, 드라마 한류 열풍 속
한글 배우려는 현지인 상당수
그래도 한국을 알아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한글학교 교사만의 보람이다. 2000년 “1년만 하겠다”고 시작한 게 평생 직업이 돼 버렸다. 애국 조회, 국민체조, 교장선생님 훈화 등 이제는 한국에서 사라져 가는 70~80년대 학교 풍경이 여전히 남아있는 점도 중남미 한글학교의 특징이다. 최근에는 K-팝, 드라마 등 한류 열풍을 타고 한글을 배우고 싶어 스스로 한글학교를 찾아온 현지인들도 상당수다.
남 협회장은 양질의 교사를 양성할 체계적인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했다. 교육에 대한 기대수준은 높아지는데 생업이 따로 있는 교사들은 주말에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 수준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 “좋은 교사 구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하는 이유다. 남 협회장은 “한글학교 교사는 사명감과 대한민국에 대한 애착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자격증 제도 등 좀 더 체계적인 교사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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