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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칼럼] 좋은 성장과 나쁜 성장

입력
2014.07.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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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경제팀 들어 불거진 불황경고

양극화 부른 엇박자 성장 교훈 삼아

외성장 아닌 성숙성장 지향해야

불황경고가 심상찮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지상의 단골메뉴로 떠올랐다. 혹자는 ‘잃어버린 10년’으로 거명한다. 저성장의 늪이라는, 사실이라면 무시무시할 수밖에 없는 단어마저 가볍게(?) 거론된다. 어쨌든 한국경제가 꽤 힘들다는 게 대전제다.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동의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좋지는 않다. 이쯤에서 정책대응이 요구되는 건 당연지사다. 경기부양책이다. 역동적인 성과달성을 위해 속도감 있는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는 당위론이다. 2기 경제팀의 최대현안도 경기부양에 포커스를 맞춘 모습이다. 규제완화부터 추경편성, 금리인하까지 총망라된다.

성장지향은 옳다. 성장해야 나눠가질 파이도 덩달아 커지는 까닭이다. 의심할 여지조차 없는 보편논리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제는 옳은데 결과가 빗나간 사례가 많아서다. 성장했음에도 파이를 못 받은 이들의 대량양산이 그렇다. 가분수처럼 덩치와 내실이 엇박자를 내는 불편한 경제성장의 한계다. 즉 성장잔치를 즐기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초대받지 못한 상실감과 박탈감에 한숨짓는다. 말 많고 탈 많은 양극화의 심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경제의 성장경로가 딱 이랬다. 해외사정도 비슷하다. ‘성장→파이’를 내포한 신자유주의 채택국은 격차확대가 공통분모다. 규제완화, 시장개방, 감세확대의 3박자가 갖는 태생적인 차별탐욕 탓이다.

한번은 실수지만 반복하면 실패다. 더 이상 격차확장적인 성장은 곤란하다. 무분별한 성장주의의 부작용은 폭넓게 확인했다. 이미 중산층의 삶조차 충분히 힘들고 괴롭다. 갈수록 미끄럼틀 아래로 탈락하는 장삼이사의 비명소리는 인내수준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2기 경제팀은 절망적인 민생파탄을 불러온 잘못된 길을 또 걸으려는 게 아닌지 사뭇 염려된다. 정책내용을 보건대 기우일 확률은 별로다. 몸을 숨긴 채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입맛에 맞는 정책실현을 유도하려는 이해집단이 이름조차 잊어진 채 거친 숨을 헐떡이는 대다수 일반서민보다 우선순위인 듯하다. 깜깜한 터널을 헤매는 이들을 구하려는 출구제시와 탈출안내는 찾아보기 힘들다.

민심은 바닥이다. 여든 야든 국민신뢰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광범위한 정치혐오증이다. 한줌의 득표율과 잠깐의 지지율로 웃을지 몰라도 오래갈 수는 없다. 유착과 야합 혐의 속에 그들만의 성장잔치를 재차 기획하는 건 더더욱 지속될 수 없다. 연초만 해도 낙관적이던 경기전망이 2기 경제팀의 출범과 함께 급작스레 악화한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재벌과 부자를 챙기는 1% 성장론을 위한 정지작업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확연히 돌아선 부동산 정책만 해도 지금까지의 경험과 학습효과로 추론컨대 행간의 의미를 읽는 건 어렵지 않다.

성장은 지향성만큼 방향성도 중요하다. 요컨대 어떤 성장이냐가 성패를 가를 관건이다. 대의명분이 좋은들 대부분 중도탈락하고 일부만 결승라인을 밟는 경제성장이라면 곤란하다. 좋은 성장은 옳은 분배와 함께일 때 빛을 발한다. 성장을 포기하자는 말은 아니다. 당연히 필요하고 시급하다. 다만 실패가 아닌 실수로 승화하기 위한 주도면밀하고 정밀한 성장계획이 필수다. 한쪽만 배불리는 무리한 외성장은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많은 이들의 웃음과 행복을 지키는 균형적인 성장계획, 요컨대 성숙성장이 제시될 때다.

일본의 경제성장이 화제다.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3개의 화살이 장장 20년을 괴롭힌 장기불황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봐서다. 현재로서는 꽤 성공적이다. 디플레의 반전 등 회복지표도 뚜렷하다. 부러운 한국으로선 조바심의 원인 중 하나다. 다만 빙산은 수면아래가 더 크고 중요한 법이다. 아베정권의 경기부양책이 갖는 격차심화의 딜레마도 고스란히 빙산아래에 집중된다. 시간이 지나도 아랫목까지 온기가 전달되지 않으면 불협화음은 명약관화다. 검증되지 않은 낙수효과를 채택한 대가는 자승자박의 위협적인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 걸려도 함께 가겠다는 발본적인 성숙성장의 설계도다. 어차피 과거처럼 성장신화를 재현할 수는 없다. 최대다수 최대행복을 위한 성숙성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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