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새누리당 황우여 전 대표를 새로 지명했다. 한편으로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정종섭 안전행정부ㆍ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재요청했다. 두 후보자의 임명 강행 의사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늘 황 후보자를 제외한 7명이 장관에 임명돼 박근혜 정부 제2기 내각이 출범할 전망이다.
황 전 대표의 사회부총리 후보자 지명은 총선과 전당대회 대표 경선 과정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거친 만큼 여론과 국회의 검증을 통과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점이 우선 고려된 듯하다. 여론과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은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 집권 후 처음으로 ‘지명 철회’ 카드를 꺼내야 했던 박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황 전 대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2기 내각을 이끌어 갈 ‘실세 부총리’ 적임자로 여겨질 만하다. 어차피 국무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로 책임총리가 물 건너 갔고, 유임된 정홍원 총리의 역할은 한정적이다.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낸 두 사람의 ‘친박 실세’에 경제활성화와 국가개조라는 국정과제를 맡기겠다는 박 대통령의 생각이 확인된 셈이다.
문제는 거창했던 ‘국가개조’ 다짐이 그 동안의 인사 혼선으로 크게 퇴색, 2기 내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시들해진 점이다. 더욱이 김 교육부장관 후보자 못잖게 많은 문제점이 지적된 정성근 문화부장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은 박 대통령 정부에 커다란 흉터로 남을 전망이다. 아파트 미등기 전매 의혹을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으로 ‘거짓말 후보자’라는 힐난을 받은 정 후보자는 뒤늦게 사진 등 증빙자료와 함께 ‘실제로 8개월 동안 거주했다’고 해명했다. 여당은 대체로 그럼 됐다고 넘어가려는 분위기지만, 야당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고 국민의 눈길도 싸늘하다. ‘8개월 거주’가 미등기 전매 의혹을 모두 지울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렇다면 국회에서의 오락가락했던 답변은 다 무엇이었던지 더욱 아리송할 뿐이다.
박근혜 정부의 앞날에 낀 구름은 2기 내각 출범에서 남겨진 상처 때문만이 아니다. 어제 청와대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새 지도부에 당과 청와대의 호흡 맞추기를 부탁했다. 이에 김 대표는 “우리는 풍우동주(風雨同舟), 비바람 속에서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여당에 ‘비박(非朴) 지도부’가 들어섬으로써 예고된 당ㆍ청의 불협화음은 이런 의례적 대화로 덮어지는 게 아니다. 김 대표의 경선 승리 자체가 당심이 청와대에서 멀어졌음을 상징한다.
2기 내각이 이런 악조건을 딛고 국민의 믿음을 되찾기 위해서는 특별한 각오가 필요하다. 오그라들기 쉬운 마음을 억지로라도 열어 우선 여당과 소통해야 하고, 이어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박 대통령 스스로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가 그런 각오의 출발점이 될 것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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