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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감싼 거장 "내 생에 마지막 추모 공연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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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감싼 거장 "내 생에 마지막 추모 공연이길"

입력
2014.07.1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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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오는 무력감 피할 수 없었다"

회견장서 1분여 간 말 잊지 못해

'비극의 시간' 반추하는 레퍼토리 꾸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공연을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백건우씨가 감정에 북받쳐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위쪽). 백씨는 “추모공연이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을 초대할 생각은 없다”며 “그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공연을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백건우씨가 감정에 북받쳐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위쪽). 백씨는 “추모공연이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을 초대할 생각은 없다”며 “그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공연을 앞둔 피아니스트 백건우.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공연을 앞둔 피아니스트 백건우.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이런 음악회는 처음이다. 그 슬픔의 현장을, 파리에서 뉴스로 다 봤다. 순간 너무나 강한 감정이….” 공연을 준비하는 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역전의 노장은 전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어떤 감정이 북받쳐 올랐을까. 피아니스트 백건우(68)씨는 한동안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더니 1분여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진기자들의 플래쉬가 봇물처럼 터졌다. 15일 오후 3시 서울 장충단로 국립극장 안 레스토랑 해와달. ‘세월호 참사 100일 희생자 추모 공연, 백건우 영혼을 위한 소나타’ 기자 회견장의 시간은 잔인했다.

“파리에서 부다페스트 공연 준비 중 참사를 알았다. 첫 뉴스를 듣고 너무나 화가 났다. 피할 수 있는 일인데 벌어졌다는 사실은 나를 무력감으로 몰아넣었다.” 제주방송(JIBS)측에서 위령의 뜻으로 음악회를 제안했고, 거장은 겁도 났지만 수락했다. “전례 없는 형식의 공연인 데다 물밀 듯 밀려드는 감정들을 통제할 수 있을지 우선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그는 자신의 무대에 예를 표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성껏 준비한 거니 잘 들어 주세요.” 아끼는 소품들은 그의 못 다한 언어들이다. “소품들을 통해 (나의)괴로움을 하느님에 대한 질문으로 바꿔 허공이든, 바다이든 던지고 싶었다.” 고해 성사의 결과일까, “하느님을 통해 답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올린 곡들이 이번의 레퍼토리”라고 했다.

“리스트의 ‘잠 못 이루는 밤, 질문과 답’은 참사 소식을 접하고 난 뒤, 나에게 들이닥친 고통을 그대로 말해줘요.” 리스트의 ‘침울한 곤돌라 2번’은 더하다. “곤돌라는 죽음을 상징하죠. 곡 말미 부분에 자욱한 허무감은 말없이 침묵하는 바다를 보는 듯 해요.”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곡을 이렇게 연주하게 될 줄 짐작 못 했으니 삶의 아이러니마저 닥친 듯 그는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 했다.

라벨의 ‘죽은 공주를 위한 파반느’는 너무나 애처롭고 아름다워 이 역전의 노장을 더욱 착잡하게 만드는 듯 했다. “마치 죽은 아이들이 (그 곡을 통해)뭔가 말하려는 듯 해서….” 목은 다시 메인다. 그러나 리스트의 ‘순례의 해’의 마지막 곡 ‘힘을 내라’는 그가 살아남은 자들의 등을 토닥이는 메시지며, 맨 마지막 곡인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죽음을 초월하는 강렬한 사랑”의 메시지를 이 시대에 전한다. 그가 맨 첫 곡으로 택한 작품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중 제 2악장. 친근한 선율이 장차 이어질 비통한 음악적 사건을 여는 셈이다. 엄청난 비극으로 끝난 수학여행 유람선 세월호의 시간을 반추하듯.

그는 “생애 처음인 추모 콘서트가 이번으로 마지막이기를 빈다”며 “그러나 결코 잊지 말자는 마음으로 갖는 자리”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한다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17일~20일 관람 신청을 받는다. 모두 500석으로 제한돼 있다. (064)740-7810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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