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 상황서 靑 우위 예우, 장관 후보자들 문제에 한발 빼는 모습
7·30 재보선 이후 제 목소리, 당청 관계 재정립 본격 나설 듯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일단 청와대 우위를 인정하는 태도로 당청 관계의 스타트를 끊었다.‘문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을 박근혜 대통령에 전하면서도 이들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에는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평가이자 ‘미니 총선’으로 치러지는 7ㆍ30 재보선 이후엔 당청관계 재정립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무대, 출발선에선 靑 우위 수용
김 대표는 취임 첫날인 15일 청와대를 방문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박 대통령과 상견례를 가졌다. 박 대통령은 “내각 2기와 당의 새 지도부가 같은 시기에 출범하면 호흡을 맞추기 좋을 것”이라며 “경제회복과 국가혁신을 위해 열심히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우리 모두는 풍우동주(風雨同舟ㆍ비바람 속에서 한 배를 탄 운명)”라며 “대통령을 잘 모시고 잘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는 비공개 오찬 자리에서도 “대통령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어떻게 만든 정권인데 대통령 잘못되게 할 수 있겠느냐”며 화합의 의지를 밝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를 두고 김 대표가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상황인 점을 감안해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수용하는 쪽을 택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간 비주류 좌장으로서 친박계 핵심인사들과 각을 세우며 수평적 당청관계를 강조해왔던 것과는 다소 달라진 행보다.
실제 김 대표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장관 후보자들의 거취 문제에 대해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선 전임 비대위 체제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고, 청와대가 국회에 정성근ㆍ정종섭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재요청한 뒤엔 “전당대회 하느라 관심을 갖지 못했다”고 피해갔다. 그는 청와대 회동에서도 “인사 문제에 대해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정도만 얘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김 대표가 취임 후 처음 맞닥뜨린 현안에 대해 청와대 우위의 당청관계를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단기적으로는 당내 다수인 친박계의 분위기를 감안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이 사안이 박 대통령의 인사권 문제라는 점도 적극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 의원은 “당분간 박 대통령과 맞서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는 사인을 공개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7ㆍ30 후 당청관계 조정 본격화
하지만 김 대표가 청와대에 마냥 끌려다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민심은 물론 당심의 압도적인 지지는 ‘존재감 있는 여당’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 대표 역시 전당대회 과정에서 “청와대에 할 말을 하는 새누리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무대표 새누리호(號)’의 면모는 7ㆍ30 재보선 직후부터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 대표는 상대적으로 재보선 성적에서 자유롭다. 승리한다면 금상첨화일 테고, 패하더라도 과반의석 붕괴만 아니라면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분간은 인사 문제로 크게 논란이 일거나 7ㆍ30 재보선처럼 당력을 집중해야 할 선거도 없다. 김 대표가 ‘미래권력’을 염두에 두고 여권 내 권력지도를 본격적으로 재편하고 나서기에 적기인 셈이다. 실제 김 대표는 향후 당 운영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당직 인선을 재보선 이후로 미뤄둔 상태다. 당 안팎에선 김 비서실장의 거취가 당청관계 재정립의 일차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김 대표의 자기정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벌써부터 친박계에선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친박계 핵심인사는 “최고위원회의는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게 기본”이라며 “김 대표가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엄청난 파열음이 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친박 핵심 인사는 “김 대표가 선을 넘어 청와대와 각을 세운다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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