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8점만 알려진 희귀 유물, 국립중앙박물관회 일본서 구입
2만 5000개 넘는 자개 조각으로 모란당초문 454송이 등 장식한 걸작
고려시대 나전칠기 공예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국보급 문화재가 일본에서 돌아왔다.국립중앙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회(회장 김정태)가 최근 일본인 소장자로부터 구입해 기증한 고려나전경함을 15일 공개했다. 경함은 불경 보관함이다.
고려 나전칠기는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 미술을 대표하는 공예품이지만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유물은 전 세계에 10여 점 정도, 국내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나전대모불자(螺鈿玳瑁拂子) 1점밖에 없다. 이 가운데 나전경함은 8점으로 일본, 미국, 유럽의 박물관과 개인이 갖고 있고 국내에는 한 점도 없었다.
이번에 들어온 고려나전경함은 높이 22.6cm, 폭 41.9 x 20.0cm에 무게는 2.53kg이며 고려 후기 작품으로 추정된다. 나무로 짠 함에 옻칠을 하고 자개를 박았는데, 화려하고 정교한 문양이 고려 나전칠기 공예의 진수를 보여준다. 각 면 가득 모란당초문이 피었고, 테두리는 마엽문(麻葉文ㆍ대마 잎사귀 문양)으로, 하단부는 연주문(連珠文ㆍ구슬띠 문양)과 귀갑문(龜甲文ㆍ거북 등껍질 문양)으로 장식했다.
이 함은 크기, 무늬의 종류와 배치 형태가 일본 기타무라미술관 소장품과 거의 일치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존하는 고려나전경함 중 모란당초문과 다양한 문양이 한꺼번에 들어간 것은 전세계에 이 두 점뿐이며 나머지는 국화문이 주무늬”라고 설명하면서 “공예기술과 예술적 가치로 볼 때 국보로 지정하기에 충분한 걸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모란당초문의 정교한 아름다움은 경탄스럽다. 어른의 엄지손톱 만한 모란꽃 454송이가 함을 덮었는데, 각각 9장의 꽃잎과 잎사귀 하나하나는 핀셋으로 집어야 할 만큼 작은 자개 조각들이다. 이런 조각들이 적어도 2만 5천 개 이상 모여서 꽃밭을 이뤘다. 얇게 갈아낸 자개를 일일이 무늬대로 오려낸 줄음질 기법을 썼고, 마엽문과 귀갑문은 자개를 가늘게 잘라내 무늬를 표현하는 끊음질 기법을 썼다. 도구로는 칼이나 끌, 송곳을 썼다. 실톱을 쓰면 편리하겠지만, 고려시대에는 실톱이 없었다. 정교한 기술도 놀랍지만, 엄청난 집중과 인내가 필요한 긴 작업을 정성을 다해 해낸 옛사람의 마음이 더욱 감탄스럽다.
당초문의 덩굴은 구리와 아연을 합금한 황동 선을 박아서 표현했다. 금속선을 사용하는 것은 고려나전칠기의 특징 중 하나다. 무늬와 무늬의 경계선에는 2개를 하나로 꼰 선을 박았다.
이 함은 일본에서도 2010년에야 존재가 알려졌다. 국립중앙박물관회는 지난해 가을부터 여러 차례 일본에 가서 소장자를 설득한 끝에 구입에 성공했다. 소장자는 은퇴한 고미술상이고 6, 7년 전 경매에서 이 작품을 샀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에서 이 걸작을 선보일 계획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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