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고수" 방침서 입장 급선회, 경제팀 수장 최경환과 코드 맞추기
“금융소비자 보호와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라는 측면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큰 틀을 유지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개혁 3개년 계획 발표 이튿날인 올해 2월 26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LTV, DTI 규제 고수 방침을 밝혔다. 이들 규제책은 경기대책이나 주택정책이기에 앞서 금융안정책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날 다른 자리에서 “DTI와 LTV에 대한 합리적 개선 방안을 3년 내 검토하겠다”고 한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맞서는 모양새였다.
5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신 위원장의 태도는 확 바뀌었다.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LTV, DTI의 합리적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한 의원의 연령ㆍ지역별 맞춤형 조정 검토 제안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까지 했다. 지난 2월 발표한 금융위 업무계획에서 시장불안 해소 방책의 첫째 자리를 차지했던 가계부채 관리 강화가 이날 업무보고에선 박 대통령이 강조한 ‘금융규제 개혁 추진’에 자리를 내주고 뒤로 밀렸다. 신 위원장은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5%포인트 낮추겠다면서도 이행 방안을 묻는 질문엔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신 위원장이 이렇게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 2기 경제팀 수장인 강력한 경기부양론자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건 금융위 내부에서도 부인하지 않는다. 최 후보자가 내정 당일 LTV, DTI를 “여름에 입은 겨울 옷”으로 지칭하는 등 부동산 규제 완화를 강력 시사하자 금융위 내부에서도 LTV, DTI 규제 조정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맞장구를 쳤다.
더구나 지금은 LTV 비율을 70%로 상향 조정하는 등의 대폭적인 규제 완화에 아예 총대를 멘 듯한 모양새. 일각에서 “금융위가 기재부보다 더 나간 거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올 정도다. 금융계 고위 인사는 “금융위가 LTV, DTI 주무 부처인 만큼 어차피 해야 하는 것이라면 기재부에 떠밀려서 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지 않기 위한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신 위원장이 LTV를 양보하며 DTI 지키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 대출부실 방지에 초점이 맞춰진 LTV 규제는 풀되 가계의 대출변제능력과 직결된 DTI는 정책 수단으로 계속 쥐고 있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LTV 비율을 높이기로 합의된 것은 맞지만 DTI에 대해선 현행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기재부에 전했다”며 “내주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발표에 앞서 열릴 관계 장관 회의에서 이견을 최종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기관들이 너도나도 경기부양에 앞장서고 나서면서 그 후폭풍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융위가 가계부채 관리 당국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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