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한 우물' 전략/뛰어난 기술력과 품질로 확실한 거래처 한곳에 승부수
LG화학 '화수분' 전략/GMㆍ볼보 등 20여개사 확보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에 들어갈 중대형 배터리 시장을 놓고 LG화학과 삼성SDI가 ‘화수분’ 과 ‘한우물’이라는 상반된 전략을 펼치고 있어 누가 최후에 웃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두업체 LG화학이 20여개 거래처를 확보해 몇몇 회사가 거래선에서 이탈해도 거래 업체를 꾸준히 늘리는 화수분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후발주자인 삼성SDI는 독일 BMW라는 확실한 짝을 내세워 매출도 올리고 제품의 품질과 기술력을 알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
삼성SDI와 BMW그룹은 14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업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SDI는 앞으로 수년 동안 현재 출시된 BMW 순수전기차 i3,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형 스포츠카 i8의 배터리 공급을 늘리고, 새로 개발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쓰일 배터리 셀도 공급한다. 삼성SDI 관계자는 “공급 금액이 최소 수조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BMW는 거래 회사 한 곳을 결정하는데 5~7년의 검증 기간을 거친다”며 “이번 계약은 삼성SDI의 기술력과 제품 품질을 확실히 믿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BMW에 따르면, 두 회사 인연은 2009년 출시된 BMW의 액티브 하이브리드카에 삼성SDI가 독일 보쉬사와 손잡고 세운 합작사인 SB리모티브의 배터리를 넣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2009년 8월 BMW가 SB리모티브를 전기차용 배터리 단독 공급 업체로 결정했다. 그러나 2011년 보쉬가 자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면서 합작이 깨졌고, 삼성은 어렵게 확보한 거래선 BMW를 놓칠 위기에 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2년 2월 독일로 달려가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그룹 회장과 만나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있는 전기차 시제품을 몰며 친분을 쌓았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제너럴모터스(GM), 볼보 등 10여 개 거래선을 확보하며 앞서 가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삼성SDI는 BMW를 붙잡는 데 사활을 걸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노력이 효과를 발휘해 두 회사의 파트너 십이 튼튼해졌다. 특히 여러 공급선을 확보하는 것과 달리 BMW역시 삼성SDI에 독점 공급을 맡겼다는 점이 이채롭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유럽에 첫 선을 보인 i3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고, i8은 첫 예약 물량이 모두 팔릴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두 회사는 또 차세대 소재 기술 공동 개발도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전 세계 고급차 1위를 달리는 BMW의 단독 공급 회사라는 점을 내세워 안전성과 품질에서 확실히 좋은 평가를 받는 동시에 든든한 매출원도 확보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후발주자로서 한우물 전략을 바탕으로 조금씩 거래선을 늘려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시장 1위 업체 LG화학은 거래선을 꾸준히 늘려가며 일부 업체의 이탈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LG화학에 따르면, 현재 이 회사는 전 세계 20여개 자동차 회사들에게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 자동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순수 전기차 3만 여대를 포함해 현재 전 세계에서 70여 종, 32만 여대 친환경차에 LG화학의 배터리가 들어 있다”며 “새로운 고객사도 있고, 기존 고객사들과 새로 개발하는 모델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회사보다 훨씬 빠른 1990년대 후반부터 기술 개발을 시작했고 선두의 이점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며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거래 회사 수 자체가 대외적으로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는 무기”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의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지난해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서 6,0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최소 두 자리 수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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