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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싸나이 진짜 우정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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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싸나이 진짜 우정은 이런 것"

입력
2014.07.1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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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둘도 없는 '좋은 친구들'

피비린내 속 비루한 우정 그린 '친구'에

극단의 위기 속 진정한 우정이 뭔지 알려줘

'좋은 친구들'의 남자들은 부모가 돌아가셨거나 부모와 등을 돌리고 산다. '친구'(아래 사진) 속 겉멋든 사내들과 달리 혈육 같은 우정을 나누나 세상은 그들 사이를 가만 두지 않는다. CJ E&M 영화부문 제공
'좋은 친구들'의 남자들은 부모가 돌아가셨거나 부모와 등을 돌리고 산다. '친구'(아래 사진) 속 겉멋든 사내들과 달리 혈육 같은 우정을 나누나 세상은 그들 사이를 가만 두지 않는다. CJ E&M 영화부문 제공

피비린내가 제법 풍길 줄 알았다. 잘 차려 입은 사내 셋이 포스터를 꽉 채우니 뒷골목이 배경인 영화로 여겨졌다. 제목도 선입견을 부추겼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좋은 친구들’(1990)과 똑 같은 제목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했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좋은 친구들’은 어려서부터 범죄의 세계를 동경하다 범죄자들과 어울려 젊음을 탕진하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악한 친구들을 등장시켜 결국 우정으로 위장된 비루한 인간 관계를 전한다. 제목은 역설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 셈이다.

상영 중인 충무로 영화 ‘좋은 친구들’(감독 이도윤)은 미국판과 전혀 딴판이다. 말 그대로 좋은 친구들이 등장한다. 고지식한 현태(지성)와 불량한 인철(주지훈), 어수룩한 민수(이광수)는 어려서부터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살뜰하게 서로를 대하며 우정을 쌓아왔다. 어느 날 의도치 않은 사고가 셋 사람의 인생과 우정을 흔든다.

현태와 현태의 어머니를 도우려 했던 인철과 민수의 선의가 인명사고로 이어진다. 인철과 민수는 사고를 덮으려 하고 현태는 파헤치려 한다. 영화는 과연 현태가 사고의 진상을 알게 될 것인지 인철과 민수가 위기를 벗어나 우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며 서스펜스를 빚는다. 느린 호흡으로 세 사람의 심리를 꼼꼼하게 묘사하며 비극을 전하는 연출력이 섬세하다.

‘좋은 친구들’은 곽경택 감독의 흥행작 ‘친구’(2001)를 떠올리게 한다. 두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부산이다. 거친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교와 마천루가 등장하고 남루한 부산의 골목 풍경도 스크린을 채운다. 등장인물들은 서로 다른 직업을 지녔고 성격도 각각이지만 어린 시절 인연을 맺었다는 이유로 서로를 친구라 부른다. ‘친구’와 ‘좋은 친구들’ 속 남자들은 의리를 앞세우는 ‘부산 싸나이’다.

차이도 명확하다. ‘친구’ 속 친구들의 파국은 예정돼 있다. 주먹으로 학교를 장악했던 준석(유오성)은 자신의 권위가 흔들릴 때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가난한 장의사의 아들인 동수(장동건)는 준석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결국 준석과 대립하게 된다. 준석과 동수는 서로의 목숨을 건 다툼을 조직폭력배라는 ‘천직’이 만들어낸 운명으로 여긴다. ‘친구’는 두 사람의 악연을 친구라는 낭만적인 이름에 기대 비장하게 포장한다. 우악스럽게 비교하자면 ‘친구’는 미국판 ‘좋은 친구들’에 더 가깝다.

‘좋은 친구들’의 세 친구는 서민이다. 인철이 편법으로 돈을 번다고 하나 악의로 무장한 인물은 아니다. 평범한데다 선하게 사는 게 목표인 듯한 세 사람은 생각지 못한 실수와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 때문에 파국에 처한다. 극단의 위기에 놓여서도 한 친구는 죽음으로 우정을 지키려 하고, 또 한 친구는 자신의 모든 것을 친구에게 남기려 한다. 그리고 한 친구는 둘을 용서한다. 준석과 동수처럼 철저한 위계의식도, 두목이 되겠다는 야욕도 ‘좋은 친구들’에겐 없다.

‘좋은 친구들’은 ‘친구’의 과장된 핏빛 우정을 에둘러 야유하는 듯하다.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 되묻고 자답한다. 순정한 친구들의 우정도 어느 날 갑자기 의도치 않게 바스러지는데 조폭의 논리가 끼어든 ‘으리으리한’ 우정은 과연 낭만적인 관계일까. 조용히 극장가에서 사라지고 있는 ‘좋은 친구들’은 ‘친구’ 못지않게 주목해야 될 영화이다.

wenders@hk.co.kr

▶영화 '좋은 친구들' 예고편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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