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브릭스 회담 브라질 방문
새 국제질서ㆍ中역할 확대 천명, 미-중 외교 힘겨루기 본격화
모디 인도 총리ㆍ푸틴과 만나 국제 규칙ㆍ발언권 확대 공조 제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공정하고 민주적인 새 국제 질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이 앞으론 책임지는 대국(大國)의 역할을 더 많이 하겠다고 선언했다. 커진 국력을 바탕으로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손을 잡고 전 세계 그물망 협력 틀을 구축, 미국과 서방 중심의 기존 질서에 맞서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미중간 외교 힘 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브릭스(BRICS) 정상회담 참석 차 브라질 포르탈레자를 방문한 시 주석은 14일 먼저 인도에게 손을 내 밀었다. 양국의 인구를 합치면 25억명이 넘는다. 그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인도는 모두 세계의 중요한 극(極)”이라며 “양국이 한 목소리로 얘기하면 전 세계가 경청하고, 양국이 손을 잡고 협력하면 전 세계가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15일 전했다. 시 주석은 특히 “양국간 협력을 강화해 국제 규칙을 제정하는 데도 공동으로 참여하고, 개발도상국의 발언권도 높여 나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인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요청한 뒤 국경선 문제도 공평하고 합리적인 협상을 통해 해결할 것을 제시했다. 이에 모디 총리도 “양국이 지혜를 발휘, 전 지구적 문제와 도전에 손을 잡고 대응하자”고 맞장구를 쳤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모디 총리가 당선되자마자 어느 나라보다 먼저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특사로 보내, 인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를 썼다.
시 주석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찰떡 공조도 과시했다. 2개월 만에 다시 성사된 양국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 사무에서 더 많은 공동 행동으로 발언권과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 세계에 대한 통치를 더 완벽하게 하고 국제 관계의 민주화와 세계의 평화 및 발전을 추진하자”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도 “양국이 함께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을 촉구하자”고 화답했다.
시 주석의 본심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쿠바 등 4개국 언론과 가진 합동인터뷰에서 극명하게 확인됐다. 그는 “신흥시장국가와 개발도상국의 실력이 커지며 세계의 다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는 국제 관계의 민주화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공평과 정의는 세계 각국 인민들이 국제관계 영역에서 추구하고 있는 숭고한 목표”라며 “중국의 발전에 따라 중국은 앞으로 책임지는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더 많이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우리(중국)는 앞으로 국제 사무에도 적극 참여하고 국제 사무에서 개발도상국의 대표성과 발언권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의 방안(생각)을 더 많이 제출하고 중국의 지혜로 더 많이 공헌하며 국제 사회에 중국의 공산품을 더 많이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중국)는 정확한 의리관(義利觀)을 지키면서, 의리와 이익을 함께 추진하면서도 의리를 우선으로 할 것”이라며 “특히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자주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것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시 주석의 이러한 구상은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 질서가 개발도상국들에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세계 최대 개발도상국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제 질서와 중국 역할 확대론을 천명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15, 16일 제6차 브릭스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23일까지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쿠바 등을 순방한다. 지난해엔 트리니다드토바고 멕시코 코스타리카 등도 방문했다.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들을 향해 중국이 이처럼 공을 들이는 것도 미국을 염두에 둔 교두보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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