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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추방된 美 스파이 알고보니…

입력
2014.07.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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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피겔 지 "오스트리아 주재 CIA 요원"

해당국 외교관-요원의 직접 연루 회피용인 듯

최근 불거진 미국과 독일 스파이 사건에서 독일이 추방한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은 ‘베를린 역장’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었다. 베를린에 거점을 둔 CIA 지부장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실제로 추방된 사람은 베를린의 CIA 요원이 아니었던가 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지난 12일 ‘미국 스파이 활동의 거점은 오스트리아 빈이었다’는 기사에서 “독일 연방 정보기관(BND) 관계자(이미 체포)는 기밀문서를 오스트리아 빈에서 온 CIA 요원에게 잘츠부르크(독일 국경의 오스트리아 도시)에서 건네주고 보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독일이 추방한 사람은 베를린의 CIA 요원이 아니라 오스트리아 주재 요원이 된다.

엄연히 ‘베를린 역장’이 있을 텐데도 미국이 굳이 오스트리아 CIA 요원을 이용한 것은 이 사건이 들킬 경우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정보기관이 불법 공작을 할 때 해당국 주재 외교관이나 요원이 직접 연루되는 것을 피하는 것은 상투적인 수법으로 알려져 있다. 발각돼도 외교 문제로 불똥이 튀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과 독일은 미국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도청 사건으로 한바탕 갈등을 겪은 뒤이기도 했다.

일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운영 블로그 ‘빈발(發) 컨피덴셜’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CIA 직원이 연루된 사건은 또 있었다. 오스트리아 CIA 요원은 본부가 빈에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담당 윤호진 북한 참사관의 개인 주택을 도청한 적이 있었다. 이를 파악한 오스트리아 내무부가 도청 내용을 담은 카세트테이프를 교환하려던 CIA 요원을 구속하고 바로 추방 명령을 내리는 바람에 워싱턴으로 쫓겨간 사건이었다. 외교관 여권을 가지긴 했지만 이 요원은 북한 외교관을 도청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파견된 공작원이었고 오스트리아 주재 CIA 외교관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 블로거는 이어 빈은 단지 음악의 수도일 뿐 아니라 스파이들이 사랑하는 메트로폴리탄이라고 평가했다. 동서 냉전시대부터 빈에는 옛소련과 유럽ㆍ미국 각국의 스파이들이 암약해왔다.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빈이 지리적으로 동서 유럽의 중간이라는 점, 오스트리아가 중립국이라는 점,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30개를 넘는 국제기구 본부가 빈에 있다는 점 등이다.

스파이들이 내세우는 신분도 가지가지다. 자국 대사관의 1, 2등 서기관으로 활동하는 요원이 있는가 하면 언론인으로 위장하기도 하고, 유엔 직원이나 국제기구 직원 등으로 신분을 감추기도 한다. 냉전 시기부터 유엔 기자실에 상주해온 중동 국가의 한 기자는 “냉전 시기에 기자실은 동서 진영의 스파이들로 넘쳐났다”고 말했다고 블로거는 전했다. 그는 이어 스파이는 가능하면 위험을 피하려고 한다며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처럼 권총을 쓰는 일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권총이나 무기를 휘두르는 것은 오사마 빈 라덴을 살해한 미 해군특수부대 네이비 실 같은 조직이나 하는 짓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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