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세청(IRS)이 보수단체 세무조사로 2년째 혼줄이 나고 있다. 작년 국세청장이 물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무더기 세무조사 면제 카드까지 꺼냈다. 악재의 시작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유권자운동단체인 티파티 등 75개 단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다.
‘티파티’‘애국자’ 등의 단어가 들어간 단체들이 조사대상이었던 만큼 공화당이 발끈한 것은 당연했다. 돈으로 움직이는 대선에서 세무조사는 유권자들에게 보수단체에게는 기부를 하지 말라는 압박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선거 뒤 의회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며 물고 늘어지자 결국 국세청장이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그러나 논란은 국세청장 용퇴로 잠잠해지지 않았다. 오바마 정부가 권력을 이용해 공화당 성향 단체에 대해 정치적 세무조사를 했다면 이는 탄핵 감이었기 때문이다. 의회가 청문회를 계속되면서 새로운 의혹들이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문제의 세무조사를 담당한 IRS 부서에서 논란이 된 시점의 이메일이 한꺼번에 모두 사라진 것이다.
IRS 측은 당시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고장 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공화당 측은 곧이 듣지 않고 있다. 지난달 청문회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원은 해명을 하는 존 코스키넨 신임 국세청장에게 “누구도 당신을 믿지 않는 게 문제”라고 다그쳤다. 공화당은 이번 정치 세무조사 논란에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심증을 굳히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IRS는 최근 소액 기부금을 받는 단체들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사실상 면제하겠다는 새로운 방침을 공개했다. 이전보다 훨씬 단순하게 세금공제 문제를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시사주간 타임은 이번 조치로 기부금 세액 공제 대상이 되는 단체들의 80%에 대한 IRS의 세무조사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고 전했다.
현재 단체들은 연간 5만달러 미만 소득과 전체 자산 25만달러 미만이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코스키넨 청장은 “이번 조치가 소액 기부금이 많은 단체를 돕는 한편, 대규모 기부금을 받는 단체를 평가할 여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앞으로는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있는 단체들에 대해 세금신고 내역을 자세히 살피지 않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결국 이번 조치는 IRS가 정치적 논란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시 한발 뒤로 물러서 공화당에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럴수록 IRS의 권력남용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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