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낮 12시 정부세종청사.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섭씨 31도의 날씨에 차영회(49) 청사 시설관리지부 지부장은 기획재정부 쪽문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방향으로 300m 거리를 삼보일배(三步一拜)하고 있습니다. 6월 27일부터 매일 점심시간마다 삼보일배 하고 아침에는 1인 시위를 하는 차 지부장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세종청사 1단계(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에서 청소, 시설관리, 출입구 경비 업무 등을 하는 시설관리 용역 노동자들은 용역업체를 통해 2012년 정부와 3년간 계약을 했습니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용역노동자들의 임금은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책정됐습니다. 문제는 2012년부터 임금이 2년째 제자리라는 점입니다. 명목 임금이 동결되니 실질 임금은 물가 인상분(2013년 1.4%ㆍ올해 잠정 1.9%)만큼 낮아지는 셈입니다.
임금이 계약 연도에 묶이다 보니 같은 일을 해도 계약 시점에 따라 임금 격차가 생깁니다. 지난해 계약한 세종청사 2단계(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용역 노동자들은 작년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임금이 책정됐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하고도 1단계 용역 노동자들보다 4% 높은 임금을 받습니다. 청소 노동자 월급 기준으로 1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공사가 진행중인 세종청사 3단계(국세청 국민권익위원회 등)에서 일하게 될 용역 노동자들은 여기에 올해 시중노임단가 인상분(약 5%)을 적용 받게 됩니다. 1단계와 3단계 용역 노동자의 임금격차가 9%까지 벌어지는 셈입니다.
때문에 용역업체들은 안전행정부에 임금 인상을 건의했고, 안행부는 4월 16일 임금 5.05%를 올려달라며 기재부에 예비비 편성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기재부는 3개월째 묵묵부답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청사관리소 서울본부에서 다른 정부 청사의 임금 상황 등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그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용역 노동자들은 물가 인상분 등 임금 인상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국가계약법에 근본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올해는 운 좋게 임금이 인상된다 해도 내년엔 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용역 노동자 50여명은 16일 집단 삼보일배를 하며 정부에 임금인상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어떤 답을 내놓을 지 궁금합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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