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의 특허소송 이후 대 정부 협상력 강화 나서
외교관 출신 김원경 전무, 워싱턴 사무소장에 임명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워싱턴에 외교관 출신 임원을 현장 소장으로 임명하며 대 정부 협상력 강화에 나섰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주역 중 하나인 김원경(사진) 무선사업부 글로벌마케팅 전무를 워싱턴 사무소장으로 이달 초 전격 임명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경제참사관을 지내다가 2012년 삼성전자로 옮긴 김 전무는 외무고시 24회로 한미FTA 기획단에서 총괄팀장을 맡아 협상을 이끌었다.
삼성전자가 이제까지 부장급이 이끌던 워싱턴 사무소에 전직 외교관 출신 임원을 발령 낸 것은 애플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애플과 특허 소송을 벌이면서 법률 대응 외에도 미 정계 및 관가와 소통 확대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미국 워싱턴 사무소는 판매법인 성격이 아니라 미국 주요 여론 주도층과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라며 “김 전무의 임명은 이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2011년 애플과 스마트폰을 둘러싼 특허 소송이 벌어진 뒤 삼성전자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과 관련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 ITC는 전반적으로 애플에 유리하게 손을 들어줘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서만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금지에 대해서는 ITC 조치를 받아 들였으나,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삼성이 미국에서 대 정부 협상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미 ITC 특허 소송 판결 이후 동일한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문제 외에 정무적 조치를 이끌어 내려면 미 정ㆍ관계 인사들과 적극적 접촉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의 애플 수입 금지 거부권 행사에는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서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 금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워싱턴 실력자들과 적극 교류할 인사로 외교부 출신 중 처음으로 미국 변호사 자격을 획득한 김 전무를 낙점한 것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김 전무는 워싱턴에서 정ㆍ관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 삼성전자의 입장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미 수출이 많거나 특허 문제가 걸려 있는 다른 대기업들도 워싱턴 인력들을 강화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협상전문가들을 영입했다.‘리콜 폭탄’에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가 휘청거리는 미국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워싱턴 정관계와 채널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009년까지 현대차만 워싱턴 사무소를 운영했지만 이후 기아차가 별도의 워싱턴 사무소를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월풀 등과 미국서 세탁기 특허소송을 벌인 LG전자도 워싱턴 사무소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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