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현초 2학기 개교, 자곡초는 예비혁신학교 지정
보수성향의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 시절 사실상 명맥이 끊겼던 서울형 혁신학교가 다시 문을 연다. 혁신학교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올해 2학기에 개교하는 율현초등학교를 혁신학교로 신규 지정하고, 혁신학교의 준비단계인 예비혁신학교를 도입하기로 했다.
14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강남교육지원청은 다음달 28일 강남구에서 개교하는 율현초와 자곡초를 각각 혁신학교와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하기로 하고, 이달 11일 교원 선발 공고를 냈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2010년 곽노현 전 교육감 취임 이후 본격 추진돼 2011년 29개, 2012년 32개가 신규 지정됐다. 그러나 2012년 12월 문용린 전 교육감 취임 후엔 곽 전 교육감이 앞서 승인한 혁신학교 6곳이 문을 연 데 그쳤고, 올해는 아예 신규지정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조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혁신학교는 재추진의 동력을 얻었다. 다만 내부 구성원들의 충분한 논의와 사전 준비가 필요한 혁신학교의 특성을 고려, 당초 교육감직인수위는 올해 하반기 율현초 1곳만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조 교육감이 이달 7일 “신설학교를 중심으로 최대 10여곳을 혁신학교로 지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존 학교 중에서도 혁신학교를 희망하는 곳을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해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혁신학교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숫자늘리기식 신규 지정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율현초의 경우 이미 14명의 교사들이 혁신학교준비연구모임을 꾸려 활동하고 있지만 자곡초와 나머지 학교들은 이런 준비가 부족한 상태다.
서울의 한 혁신학교 교사는 “충분한 내부 검토나 협의할 시간 없이 당장 혁신학교 숫자를 확대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곽노현 전 교육감 때도 정말 혁신학교를 해보려는 것이 아니라 ‘일단 예산 먼저 받아서 써보겠다’는 생각에 신청부터 하는 학교들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혁신학교 교사도 “혁신학교가 위로부터의 개혁을 시도했던 숱한 시범ㆍ연구학교의 실패를 거듭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 ▦사전 준비가 된 율현초 외의 혁신학교 지정 여부 재고 ▦혁신학교TF의 조속한 구성 ▦혁신학교 교원-교육감 간담회 개최 등을 서울시교육청에 요청하기도 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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