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구미시, 상납 유혹에 비리 눈감았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구미시, 상납 유혹에 비리 눈감았나

입력
2014.07.15 04:40
0 0

원장 등 6명 비리로 구속된 복지시설

구미시 공무원에 "수시로 상납했다"

시설 종사자들이 폭로... 파문 일 듯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경북 구미시가 수용 장애인들을 학대하고 착취한 혐의로 시설대표와 원장 등 임직원 6명이 무더기로 구속(본지 11일 13면, 14일 14면 보도)된 S복지법인으로부터 고추와 양주 등을 수시로 상납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상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시설에서 예산이 적절하게 사용되는지, 수용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있는지 관리감독 해야 할 구미시가 시설 측이 제공하는 작은 ‘성의’에 장애인들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구미 S시설에서 교사로 근무한 A씨는 “지난해 추석 무렵 원장과 함께 고추를 승합차에 가득 싣고 시청으로 가 시청 광장에서 마중 나온 공무원 3, 4명의 차량 트렁크와 뒷좌석에 1인당 20㎏ 가량 담은 고추부대를 2, 3개씩 실어 주었다”며 “위에서 시키니 했지만, 당연한 듯이 받는 공무원들의 행태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고추는 S복지법인에서 생활하는 중증장애인들이 생산한 고추다. A씨는 “해당 공무원들은 사정을 몰랐을 수 있지만, 제 한 몸 가누기조차 쉽지 않은 장애인들이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물 주고 풀 뽑고 따 말린 고추를 아무 생각 없이 받는 것을 보고 자괴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B교사는 구미시 산하기관인 평생교육원 공무원들에게도 고급 외산 양주를 선물했다고 털어 놓았다. B씨는 “지난해 초와 가을 무렵 이름이 기억나지 않은 남녀 공무원에게 양주를 선물했다”고 말했다.

평생교육원 소속 공무원들은 개인적으로 또는 부서 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복지시설 소유의 스타렉스 승합차를 수시로 빌려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B교사는 “퇴근 무렵 차를 보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승합차를 교육원으로 몰고 간 뒤 택시로 돌아오는 일이 허다했다”며 “다음날 아침 교육원에 가서 차량을 회수해 오곤 했다”고 설명했다.

구미시는 S복지시설에서 상상하기 힘든 비리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관내 복지재단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운영실태 감사에 착수했다. S복지재단 장애인시설 현장에 관계 공무원들을 매일 파견해 정상적인 가동 여부를 확인하고, 음식물과 건축 폐기물의 불법 매립지를 찾아 원상복구 절차를 밟고 있다. 고추와 양주 등을 상납 받은 공무원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구미경실련 조근래 사무국장은 “거액의 보조금을 받아 어린이집을 운영해 오던 S복지법인에 노인복지시설에 이어 장애인복지시설까지 잇따라 운영허가를 내 줄 때부터 말썽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며 “우려했던 사태가 결국 터진 만큼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부당 사용된 지원금을 환수하고, 관련자를 징계하는 등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는 “입이 백 개라도 할말이 없다”며 “진상조사를 실시, 고추부대를 받은 공무원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