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1월 취임한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은 “4급 승진자에 대해 영남 출신은 40% 미만으로, 호남 출신은 20%대 비율로 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국정원 고위직이 김대중 정부 전에는 영남 출신에, 이후에는 호남 출신에 편중됐던 것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였다. 대한민국의 지역간 인구분포를 조사해보니 호남 출신으로 분류되는 인구가 23%, 영남 출신이 36% 정도로 나오자 이 같은 인사원칙을 내세웠다.
상명하복’이 원칙인 국정원에서 김 전 원장의 지시에 대놓고 반발하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국정원 직원들의 출신지역 비율이 격차가 커 문제가 돌출했다. 당시 승진 대상자 46명 가운데 영남 출신은 60.9%나 됐지만 호남 출신은 8.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시 인사팀장 김모(3급ㆍ현재 처장급)씨는 직원 A씨가 인사자료 상 출생지가 영남이지만 실제 출생지가 호남이라는 것을 알고 이를 김 전 원장에게 보고했다. 김 전 원장은 A씨의 인사자료 상 출신지를 호남으로 바꾸라고 지시했고, A씨는 그 해 4급으로 승진했다. 김씨는 인사 이틀 뒤 김 전 원장의 승인을 받아 A씨의 인사자료 출생지를 다시 영남으로 바꿨다.
문제는 2009년 2월 원세훈 원장이 취임한 이후 불거졌다. 국정원은 A씨의 인사카드에서 출생지를 변경한 김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공전자기록 변작 등을 이유로 인사소청위원회를 거쳐 해임 조치했다.
김 전 원장은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국정원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잘못한 것이 없는지 전부 뒤지다가 이를 문제 삼은 것”이라며 “내가 지시했으니 나를 처벌해달라고 징계위에 편지를 보냈지만 읽어보지도 않고 해임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 전 팀장은 국정원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김 전 팀장이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출생지가 호적상 경북이지만 실제 태어난 곳은 전남인 만큼 (인사카드에서) 출생지를 바꾼 것이 허위라고 볼 수 없고,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출생지를 변경한 점을 고려할 때 해임처분은 지나치다고 판단한 원심은 위법이 없다"며 “(이 조치를) 지시 또는 승인한 국정원장과 기획조정실장 및 총무관리국장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고, 그 아랫사람들은 훨씬 가벼운 징계를 받은 점 등을 감안하면 해임은 과중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김 전 팀장이 복직하는 대로 징계위를 다시 열어 수위는 낮추되 징계는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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