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은퇴 후 생계 맡는 경우 급증 신규 비정규직 63% 55세 이상 女


평생 가정주부로 살았던 최모(64)씨는 지난해 서울 소재 한 건물에 청소 노동자로 취업했다. 근무 시간은 오전 4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불안한 비정규직 신분에 월급은 100만원이 채 안 되지만 생계를 꾸리려면 별다른 방도가 없다. 3년 전 퇴직한 남편이 당뇨를 얻어 바깥 일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처음에는 몸이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직장에서 사람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면서도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이 적은 건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최씨처럼 남편의 은퇴 이후 생계를 꾸리기 위해 생업 전선에 나서는 중장년층 이상 여성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그러나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월간 노동리뷰’ 7월호에 실린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통해 본 최근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55세 이상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89만8,000명이다. 지난해 3월(78만5,000명)에 비해 11만3,000여명 늘었다. 이는 지난해 3월~올해 3월 전체 비정규직 증가 규모인 17만9,000여명의 63.1%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비정규직 증가폭은 55세 이상 여성이 가장 컸고 55세 이상 남성이 78만1,000명에서 84만5,000명으로 6만4,000명 늘어 두번째였다. 35~54세 남성 비정규직(5만8,000명), 15~24세 여성 비정규직(1만9,000명)이 뒤를 이었다.
55세 이상 여성이 전체 비정규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엔 8.1%에 불과했지만 2011년 10.8%, 2012년 12.2%, 2013년 13.7%로 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로 중간 기술직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든 탓에 기계로 노동력을 대체하기 어려운 단순 노무직이 남았다. 고령층 여성들이 이런 일자리를 채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령층 여성이 주로 취업하는 청소 간병 요양 등 보건사회복지업종 일자리가 늘었고, 과거와 다르게 은퇴 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55세 이상 여성 비정규직 규모가 커지며 전체 여성 비정규직 숫자도 함께 늘었다. 2007년 남녀 비정규직 규모는 각각 296만8,000명, 280만5,000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지만 최근 7년 간 남성은 23만4,000명이 줄어들었고, 여성은 37만 2,000여명이 늘었다. 그 결과 올해 남녀 비정규직 규모는 각각 273만4,000여명, 317만7,000여명으로 역전됐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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