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
한센인 1600명 치료한 공로 인정, JW중외제약 '성천상'수상자로
"내 의술 필요한 곳이라 생각해 시작, 우리나라 한센병 완치국으로 분류
더 열악한 지역에서 진료하고 싶어"
“열 살 난 큰 딸이 학원에도 다니고, 좋은 집에 살면서 좋은 차도 타고 싶다는 거에요. 마음이 너무 아파서 1년만 더 있다가 소록도를 떠나자고 두 딸과 약속했어요.”
부녀 간 약속을 한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오동찬(46)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 가족은 여전히 소록도에 산다. 딸들이 “우리가 떠나면 편찮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어떻게 하냐”며 마음을 바꾼 것이다. 한센인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를 오 부장은 그렇게 20여 년째 지키고 있다.
JW중외제약은 14일 “치과의사로서의 안정된 삶을 뒤로 하고 한센인들을 위해 헌신해 온 공로를 인정해 오 부장을 제2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성천상은 JW중외그룹의 창업자인 고 성천 이기석 사장을 기려 음지에서 봉사하는 참 의료인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해 제정됐다.
오 부장이 소록도와 인연을 맺은 건 공중보건의 때다. 1994년 조선대 치대를 졸업하고 구순구개열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찾다 국립소록도병원 공중보건의를 자임했다. 동료들은 “미쳤다”고 했다. 말기 암 수술을 받은 어머니도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된다”며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의료인마저 한센인 진료를 기피하는 현실이 안타까웠고, 내 의술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한센인들 곁에 남기로 결심했다.
소록도에서 접한 한센인들의 실상은 참담했다. 나균에 감염돼 신경과 피부가 손상되는 한센병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신체 일부가 변형되는 심한 후유증이 남는다. 가령 손이 변형되면 양치질을 제대로 못한다. 얼굴이 뒤틀리고 입술이 처지는 기형이 남으면 계속 침이 나오거나 음식이 흘러내려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많은 한센인들이 심한 치주질환에 치아 상실, 심지어 구강암까지 앓고 있었습니다. 입 속 고름이 머리까지 올라가 사망한 환자도 있었습니다.”
오 부장은 이렇게 고통에 시달리는 한센인 1,600여명을 치료했다. 특히 한센병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아랫입술 처짐은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오 부장이 홀로 연구해 수술법을 직접 개발했다. 이 수술로 원래의 입술을 되찾은 한센인만 400여 명이다.
지금은 공중보건의를 포함해 소록도에 상주하는 의사가 10명이 넘는다. 하지만 불과 7년 전까지만 해도 의사가 없어 치과뿐 아니라 내과, 외과 등 모든 진료를 오 부장이 도맡아 했다. 오 부장 곁을 늘 지키는 아내도 소록도에서 의사와 간호사로 처음 만났다. 그리고 소록도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고 두 딸을 키웠다.
이제 오 부장은 제2의 삶을 준비한다. “소록도에서 할 일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우리나라를 한센병 완치국으로 분류했다. 현재 전국에 약 1만2,000명의 환자가 남아 있으나, “재발되거나 새로 발생하는 환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편견은 여전하지만 “한센인들 스스로 몸과 마음이 많이 치유됐으니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 부장은 새 희망을 이야기한다. 1년에 두세 번씩 외국의 한센인 마을을 찾는 것이다. “소록도 한센인들의 여생을 지켜드린 뒤 더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는 해외 한센인들을 진료하고 싶습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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