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명 前 차장·민병주 前 단장엔 검찰, 각각 징역 2년 구형
"여당 반대하고 北 유사 의견들에 종북좌파 규정 사이버 공격 지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4년이 구형됐다. 검찰 특별수사팀에 대한 ‘외압ㆍ항명’ 및 ‘총장 찍어내기’ 등 숱한 논란에 휩싸이며 진행된 1년간의 재판은 9월 11일 선고공판만 남겨두게 됐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의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됐던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게는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이 각각 구형됐다. 검찰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 반헌법적 행태”라며 “정보기관의 불법 선거개입 관행 근절을 위해 준엄한 사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후 진술에서 원 전 원장은 “60세가 넘어 인터넷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트위터는 써본 적도 없는데 무슨 지시를 했다는 것인가”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명백한 위법” vs “정당한 안보활동”
재판 초기부터 검찰과 변호인 측이 공방을 거듭해 온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좁혀졌다.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활동을 선거개입 행위로 볼 수 있느냐 ▦원 전 원장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느냐다. 선거개입 증거로 제시된 트위터 계정과 글의 규모는 재판을 거치며 대폭 증거능력을 상실했지만 위 쟁점들은 그와는 무관하게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변호인 측은 심리전단 활동에 대해 “북한 및 종북좌파 세력들의 국정성과 폄훼 및 국론분열 획책에 맞선 정당한 안보 활동”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 및 야당 정치인에 대한 비판 등 개별적인 정치사안을 두고 “정치인이 아닌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염두에 두고 국가 안전보장 의무를 위해 북한과 같은 야당의 논리에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북한의 허위 선전 선동 등에 관한 정보제공 활동을 넘어 국민을 가장해 특정 정치적 입장을 전파하는 것은 직무범위를 벗어난 명백한 위법사항”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또 “북한의 불법, 허위 선전ㆍ선동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도 불법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식의 저열한 방식을 사용한 것일 뿐”이라며 “북한이 야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국정원은 여당을 지지한다는 식은 억지 논리”라고 반박했다.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원 전 원장이 직접 지시를 했다는 증거로 검찰이 제시한 것은 매달 전 부서장 회의 등을 통해 전달되는 ‘원장님 지시ㆍ강조 말씀’ 녹취록이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국민 다수가 지지한 곳이 여당이니 여당을 위한 것은 국민을 위한 활동”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며 정치활동을 펴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변호인 측은 “녹취록 어디에도 심리전단이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며 업무상 참고용일 뿐 직무상 지시 증거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숱한 논란 일으킨 재판의 결말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은 2012년 12월 11일 민주당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오피스텔에서 문재인 대선후보의 비방 댓글을 달고 있다고 선관위에 제보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수많은 사건이 여기에서 파생돼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다.
검찰은 2013년 6월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윤석열 수사팀장이 보고도 없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영장청구ㆍ집행을 추진했다며 직무배제 처분을 받았고, 이후 국정감사에서 윤 팀장은 “상부에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또 원 전 원장이 기소된 지 석 달여 만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파동’에 휩싸여 물러나며 “청와대가 껄끄러운 채 총장을 찍어내려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또 다른 한 축이었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원 전 원장과 같은 재판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6월 2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다.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청장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던 권은희 전 수서서 수사과장은 “정치인으로서 진실을 밝히겠다”며 7ㆍ30 재보선에 출마했다.
이범균 부장판사는 이날 결심 공판을 마무리하면서 “정치적 색채를 빼고 법리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던 다짐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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