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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태 피해자들 "감독 부실 입증"… 국가에 손배소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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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태 피해자들 "감독 부실 입증"… 국가에 손배소 검토

입력
2014.07.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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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규정이 탈법행위에 면죄부

금감원, 부실 회사채 판매에 공문만

감사원 동양사태 감사 결과
감사원 동양사태 감사 결과

감사원이 14일 공개한 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동양그룹이 무려 7년 가까이 투기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팔아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동안 금융당국이 보여준 나태함과 책임 방기가 낱낱이 담겨있다. 1조7,000억원 규모의 천문학적 금융사고인 동양사태 발생에 당국이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피해 구제 과정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7년 동안 탈법 막을 제도정비 안해

금융위원회는 2009년 2월 기존 업종별 규정을 통합해 금융투자업규정을 제정하면서 동양그룹의 탈법 행위에 면죄부를 제공했다. 동양증권이 2006년 6월 1조원 규모의 투기등급 계열사 CP를 사들이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대기업 소유 증권회사가 고객이 맡긴 돈으로 계열사를 지원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금융위가 상황을 방치하는 동안 동양증권은 (주)동양, 동양레저 등 5개 계열사가 발행한 1조7,000억원 규모의 CPㆍ회사채 중 93%에 해당하는 1조5,800억원어치를 개인 고객 4만1,000명에게 팔았다. 이들 투자자산의 부실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금융위는 동양증권의 부실 계열사 채권 과다보유를 지적하는 금융감독원 보고를 세 차례나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금감원이 투자자 보호 규정 개정을 정식 건의하자 그제서야 증권사의 계열사 유가증권 인수 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을 금융투자업규정에 넣었다. 이 때가 지난해 4월. 개인투자자의 돈을 끌어다가 부실을 메우던 동양그룹은 금융위가 설정한 신설 조항 시행 유예기간 6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결국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부당판매 알고도 덜렁 공문만

현장 점검을 맡은 금감원의 책임 방기도 이에 못지 않았다. 사실 동양그룹의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은 시장 관행에 어긋나는 이상징후였다. 회사채 시장은 보통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좀처럼 고위험 상품이 유통되지 않고 더구나 동양그룹처럼 대부분 물량을 개인에게 판매하는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막대한 규모의 부실 회사채가 수년에 걸쳐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되고 있는데도 금감원은 동양증권의 계열사 채권 과다보유만 몇 차례 지적했을 뿐 업무정지, 인가취소 같은 실효성 있는 제재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2011년 공동으로 동양증권을 검사했던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이듬해 2월 “동양증권이 회사채를 불완전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사항을 전달받고는 넉달이 지나서야 검사 강화 방침을 마련했지만 실무부서인 금융투자검사국은 동양증권에 “내부통제를 강화하라”는 지도공문만 내려 보내고 사실상 방치했다.

지난해 9월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파국을 맞은 이후에도 금감원의 눈은 어두웠다. 감사원은 D증권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다른 증권사를 우회하는 수법으로 계열사 회사채 900억원을 인수ㆍ판매했는데도 금감원이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작태를 보여준 것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역시 동양그룹에 대한 재무구조개선 과정에서 대주주 부당지원 혐의가 있는 계열사 간 거래를 파악하고도 자금을 지원, 경영 부실을 방조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피해자들 “실무자 처벌로 부족”

4만명을 넘는 동양그룹 투자 피해자들은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 부실 의혹이 입증됐다”며 성토하고 있다.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 동양그룹채권자비상대책위원회 등 동양그룹 계열사나 경영진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 단체들은 일제히 감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실무자 몇 명만 제재 건의를 했을 뿐 당국의 수장들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은 감사원의 조치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늦어도 다음달부터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피해자 구제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동양레저를 마지막으로 동양그룹 계열사 5곳의 회생계획안이 모두 법원 인가를 받은 만큼 분쟁조정위 개최의 걸림돌도 사라진 상태. 동양 사태에 관련해 금감원 불완전판매신고센터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은 2만건을 넘는다. 그러나 분쟁조정은 법원 판결과 달리 강제성이 없어 배상비율에 불만에 품은 피해자들이 대거 소송에 나설 경우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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