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여성임원, 부하 여직원에 성추행 혐의 고소당해
연애경험 미숙…작년엔 구글임원이 매춘부에 피살
‘남녀를 불문하고 동성애, 매춘부와 관계하다 마약에 비명횡사.’
이쯤 되면 세간에서 자신들이 일하는 곳을 ‘섹스밸리’라고 비하해도 할 말 없어 보인다. 세계 최고의 이공계 인재들이 모여 정보통신(IT) 산업을 이끌어가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잇따르는 성추문에 섹스밸리로 불리고 있다. IT 산업의 급격한 호황으로 엄청난 부가 단기간에 축적된 데다 대인관계에 서툰 괴짜들이 스트레스 탈출구로 성에 탐닉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은 14일 야후의 전 직원인 중국계 여성 난 시가 상관이던 마리아 장 모바일 부문 선임 디렉터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형사 처벌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IT 메카인 실리콘밸리에서 여성 임원이 부하 여직원에게 성추행으로 고소당하는 초유의 섹스 스캔들이다.
올해까지 야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한 시는 고소장에서 “장 디렉터의 회유와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수시로 동침 요구에 응해 ‘구강성교 및 손가락을 이용한 성행위’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시는 또 “장 디렉터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일자리와 주식, 미래를 빼앗아버리겠다고 협박하며 지속적으로 성행위를 요구하고 성관계 직후에는 근무 외 시간인데도 강도 높은 업무를 요구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시는 성관계를 거부했고 장 디렉터에게 낮은 인사고과를 받다가 해고당했다고 말했다. 시는 특히 성희롱 피해를 야후 인사과에 신고했으나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혀 논란이 회사 전체로 확산할 조짐이다. 시의 변호사는 CNN머니와 인터뷰에서 “남성 지배적 문화인 실리콘밸리에서 더 많은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여성 두 명이 연루된 특별한 사례”라고 말했다. 야후는 대변인 성명을 내고 “장 디렉터는 모범적인 야후의 임원”이라며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명예 회복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장 디렉터는 지난 4월 IT 전문지 실리콘밸리비즈니스저널에서 ‘올해의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으로 선정되는 등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이번 사건은 구글 고위 임원인 포레스트 하이에스가 지난해 11월 고급 매춘부 알릭스 티첼먼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최근 밝혀진 뒤에 불거져 더욱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IT 업계의 고위 인사 성추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에는 미국에서 급성장 중인 모바일 결제기업인 스퀘어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케이스 라보이스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진 남자 직원의 성추행 주장 이후 사임했다. 라보이스는 의혹 제기 후 “관계는 했지만 강제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라보이스는 실리콘밸리 최고의 개인투자가로 유명하며 스퀘어의 시장 가치는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보다 앞서 2010년 8월에는 굴지의 컴퓨터 제조업체 휴렛팩커드의 마크 허드 전 최고경영자(CEO)가 계약직 여직원 조디 피셔의 “성희롱 당했다”는 고소 후 공금 유용 등 기업윤리 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그는 “피셔와 성적인 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2007년부터 미국은 물론 스페인, 일본 호텔에서 피셔를 만나는 등 사적으로 밀접한 관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성희롱 의혹을 막기 위해 피셔에게 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관계 유지를 위해 연봉이 300억원이나 되면서도 회사 공금 2,000만원을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실리콘밸리에서 잇따르는 성추문은 기본적으로 IT 업계에 돈이 넘쳐난다는 것과 연관이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세금을 떼고도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오는 소득이 엄청난 실리콘밸리의 젊은 독신들이 급증하는 것과 비례해 실리콘밸리 매춘 산업이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거부가 된 사교성 부족한 전문직 남성들이 주체할 수 없는 돈을 매춘에 사용하면서 그릇된 성문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석은 실리콘밸리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매춘부들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 여성은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techy’(기술을 좋아하는 사람) ‘nerdy’(머리는 좋으나 세상물정은 잘 모르는 사람) ‘geeky’(괴짜이면서 엽기적인 사람) 같은 생소한 단어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실리콘밸리의 수요자들과 적극 소통한 덕분에 일부 매춘부는 연간 수입이 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고난 끝에 성공한 IT 업계의 부자들은 마침내 손에 쥔 금력과 권력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일까. 출세의 과정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떨쳐버릴 무언가 평범하지 않은 탈출구가 필요했던 것일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높은 급여를 받는 젊은 남성들이 잔뜩 모인 실리콘밸리가 성매매 산업 종사자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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