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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택했던 권은희의 진정성

입력
2014.07.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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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나서게 된 권은희(왼쪽 두 번째)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불리를 감수하고 신의 대신 정의를 선택한 내부고발자다. 그런 그가 누가 봐도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인 '전략 공천'을 수용한 이유는 뭘까. 권 후보가 11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안철수(맨 오른쪽), 김한길(맨 왼쪽) 공동대표에게서 건네 받은 공천장과 신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7·30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나서게 된 권은희(왼쪽 두 번째)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불리를 감수하고 신의 대신 정의를 선택한 내부고발자다. 그런 그가 누가 봐도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인 '전략 공천'을 수용한 이유는 뭘까. 권 후보가 11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안철수(맨 오른쪽), 김한길(맨 왼쪽) 공동대표에게서 건네 받은 공천장과 신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권은희는 경찰 내부고발자다. 몸담은 조직이 여당 집권에 조력한 정황을 폭로했다. 신의를 버리고 정의를 선택했다. 불리를 알고서다. 그런 그가 왜 누가 봐도 유리한 길을 골랐을까.

“‘새정치민주연합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공천’ 소문이 계속 돌 때, “에이, 설마” 하며 애써 외면하려 했다. 제발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길 바랐다. 상식적이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권은희 공천’에 대한 비판은 국정원 댓글사건 폭로의 순수성을 훼손한다는 것에 쏠려 있다. 권은희 전 과장은 김한길 새정치연합 대표의 요청을 몇 차례 고사하다 맘이 흔들렸다. 국정원 사건을 밝혀내려면 지금 국회에 와서 활동해야 한다는 권고에. 그는 출마선언을 하면서 ‘진정성’을 이야기했다. (…) 진정성이란 내가 아닌 남이 판단하는 것이다. 권은희가 광주가 아닌 서울 동작을에 나왔다면 판단은 또 달랐을 것이다. 권은희는 곧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국정원 댓글 사건을 파헤칠 것이다. 본인의 존재 증명, 본인의 진정성을 확인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권은희가 국정원 댓글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국정원 댓글 사건은 점점 정치공학적, 여야간 정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또 앞으로 생겨날 내부고발 공직자들이 행동에 옮길 때 ‘권은희 사례’는 나쁜 선례와 빌미가 될 수도 있다. (…) 어느 것이 옳은 일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자신에게 불리한 게 ‘진정성’에 가깝다. 또 명분은 쌓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권은희ㆍ기동민에 대한 상식(한겨레 ‘편집국에서’ㆍ권태호 정치부장) ☞ 전문 보기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대표가 권은희 전 수사과장(이하 경칭 생략)을 광주 광산을에 전략공천했다. 사실상 당선 확정이나 다름없다. (…) 1년 넘게 권씨 관련 기사마다 어김없이 달리던 “정치하려나 보죠?” “선거 때 보겠군…” 등의 댓글도 현실이 됐다. 과연 안철수가 권씨의 법원 판결문을 읽어봤는지 궁금하다. (…) 권씨의 공천과정도 미심쩍다. 공식 입장은 발표 하루 전에 접촉해 성사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직서를 낸 지난달 20일 ‘노컷뉴스’는 새정치련 당직자를 인용해 ‘권씨의 사직은 의미심장하다…광산을 예비후보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보도했다. (…) 권씨 한 사람을 꽃가마에 태우려 광산을→동작을→수원의 어지러운 돌려막기와 486 운동권끼리 ‘패륜’ 공천까지 번졌다. (…) 설사 그의 폭로가 진정성이 있더라도 정치와 거리를 둘 때에야 아름답게 비칠 수 있다. (…) 시나브로 새정치의 유통기한이 다된 게 아닌지 의문이다. (…) 안철수도 점점 친노ㆍ486 운동권ㆍ동교동계에 치여 고립되는 분위기다. 권은희는 “안철수를 보며 희망을 느꼈다”고 했지만 마치 충성맹세처럼 귀에 거슬린다.”

-막장으로 치닫는 안철수 드라마(중앙일보 ‘이철호의 시시각각’ㆍ수석논설위원) ☞ 전문 보기

아베-일본을 욕하고 외면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러면 아예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달아나버릴 거다. 그건 일본 우익이 바라는 바. 위험하다. 만나야 한다. 멀리 못 가게 해야 한다.

“감정과 편향을 넘어선 대일 외교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중ㆍ일 사이에서 균형자(balancer) 외교를 하려 하기보다는 균형 잡힌(balanced) 외교를 해야 한다. 일본이 맘에 안 드니까 중국 편에 서서 일본을 깨우치게 하겠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한국이 중국 편에 섰다는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일본의 우파들을 단결시켜 오히려 한ㆍ일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일본과 정상적인 대화와 협력이 가능한 상태까지 끌어올려 한국 외교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둘째, 비전략적 인내(non-strategic patience)로부터 벗어나 전략적 신뢰 구축에 나서야 한다. 아베 내각이 정상 궤도로부터 일탈을 했기 때문에 그들이 정상화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겠다는 것은 비전략적이다. (…) 아베를 비정상적 일본의 대표로 보기보다는 그와 대화하고 협상함으로써 한ㆍ일 간 신뢰 구축에 나서야 한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과거사와 다른 문제를 분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이 도덕적 정당성과 국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슈다. 일본이 결단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 하지만 과거사를 이유로 모든 협력적 사안을 세워두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는 한반도에서의 자위대 활동은 사전 요청 및 사전 동의 없이 불가하다는 원칙을 확실히 하면 된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이를 원천 반대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만 양산시킨다. (…) 단시일 내에 양국 정상회담이 어렵다면 유엔 등 다자회의에서 약식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對日 外交에서 지켜야 할 원칙들(조선일보 ‘글로벌 포커스’ㆍ박철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겸 일본연구소장) ☞ 전문 보기

“일본의 역사문제 왜곡과 치밀한 군사화의 행보에 대해 한국과 중국이 반일전선으로 연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대립과 협력을 반복하고, 북-일 접근이 구체화되고 있는 등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한국의 국익이 장기적으로 관철되기 위해서 대중, 대미, 대일 외교는 전략적이고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체면과 명분을 중요시하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성과가 보이지 않는 한-일 정상회담을 실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일본의 보수세력 및 아베 총리에게 이용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하고, 미국 및 국제사회에 일본의 행위를 비난함으로써 일본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은 결국 일본의 외교적 변화를 전혀 이끌지 못했고 오히려 역반응이 더 심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눈에 보이는 성과는 많지 않을 수 있지만 대화에 응하는 것은 일본 내 혐한세력들의 명분을 약화시키고 위축된 자유주의 세력들의 아베 노선에 대한 반대에 명분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 아베 내각에 대한 방치는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아베 총리 및 군국주의자들의 염원인 헌법 개정과 군국주의로의 길을 닦아주는 촉진제가 되고 있는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2015년 한-일 국교정상회담 50주년이 최악의 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한-일 정상회담 카드로 적극적인 개입외교를 하자.”

-한-일 정상회담으로 개입하자(한겨레 ‘세계의 창’ㆍ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학 국제사회학과 교수) ☞ 전문 보기

기억은 성글다. 모든 순간의 소환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공백이 방치돼선 안 된다. 시간은 온전해야 한다. 알리바이가 필요하다. 내 영혼이 존재했던 그 빈 곳에 내 육신은 없었다는.

“사소하든 심각하든, 인간은 자신에게도 완벽히 솔직해질 수 없는 존재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판단하는 일은 더 힘들 것이다. 그러니 삶을 복원한다는 것은 석연찮은 공백들을 징검다리처럼 디디며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인지 모른다. (…) 하지만 시간의 기록에서 공백은 결핍이 아니라 결함이다. 특히 한 사람의 생애에서 아주 중요한, 체크포인트 같은 지점을 가로지르는 단층은 우회할 수 없는 난관이다. 그 때의 단층은 알리바이를 대지 못하는 피의자의 진술 같은 게 된다. (…) 입학- 졸업-(입대)- 취업- 결혼의 행로들이 나이와 함께 공식화한 사회에서, 그 공식을 벗어나는 것은 결핍이고 결함이다. 그래서 누구는, 적(籍)이라도 갖기 위해 대학원에 가고,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 ‘졸업’의 주인공들처럼 “그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도 희망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청년들”은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난다. 이력서에 공백을 안 남기기 위해서, 알리바이를 위해서다.”

-‘서른’ 즈음에(한국일보 ‘편집국에서’ㆍ최윤필 선임기자) ☞ 전문 보기

“무엇을 가지고 싶어하는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취하는지, 누구와 즐거움을 나누는지 등 여행에 대한 기억은 한 사람의 역사에 관한 기대 이상의 정보를 지니고 있다. (…) 지워지지 않는 족적이라니, 근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어디에서 무얼 하든 여행은 비일상적인 경험을 일시적으로 소유하게 해줄 뿐이지만, 그 경험을 오랫동안 자신의 것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다. 여행의 시간과 장소는 제한적이며, 그 경험은 내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또다시 점유되고 소유되며 소비된다. 하지만 나의 카메라로 기록된 여행에 대한 기억은 나를 영원한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 아무도 가보지 못한 신세계가 아니면 어떤가. 내 인생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 만한 발자국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발자국(조선일보 ‘人文의 향연’ㆍ신수진 사진심리학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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