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산단공에 ‘사업계획 철회’ 통보
경남도ㆍ창원시 “협상 불씨 살릴 터”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생활가전 핵심 생산기지를 둔 LG전자가 연구복합단지 조성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져 신의를 저버린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행태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 동남권본부 측과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 산단공 동남공단전시장 터에 R&D센터를 포함한 대규모 연구복합단지를 조성키로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같은 해 8월 창원시와 3자간 투자유치 협약까지 맺었다.
LG는 당시 협약에서 전시장 본관과 관리동, 축구장 등 부지 3만2,893㎡를 사들여 연구개발센터, 연구원 숙소 등 1,000명 이상이 근무하는 연구복합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총 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시도 연구단지 조성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고도제한 해제 등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동안 3, 4차례 실무협상에서 LG와 산단공이 부지대금을 놓고 견해차를 보이고, 창원시도 별다른 중재노력을 않아 1년째 표류하다 최근 LG전자가 사업계획 철회의사를 밝혀 단지조성 계획이 무산 위기를 맞았다.
사업철회의 직접 원인은 산단공이 지난해 8월 협약 당시의 부지매각 대금(310억원)에 100억원을 추가 요구한데다 LG에 사업이행보증각서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
이에 LG는 지난달 26일 산단공에 더 이상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공문을 보냈고, 지난 9일 안상수 창원시장에게도 사업철회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LG 측은 “과거 5차례나 유찰된 부지가격을 1년도 안돼 100억원을 더 요구하고 나선 것은 땅을 팔 의사가 없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특히 다른 지자체에서는 대기업 연구단지를 유치하기 위해 부지도 무상 제공하고 있는 마당에 부지가격을 올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단공은 “지난해 8월 협약 당시엔 부지 대금과 이행보증각서 요구 등 구체적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단지 내부 규정에 따라 1년 마다 부지 감정평가를 거치게 돼 있고 재산정 결과 100억원 가량 더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또 각서 제출 부분만 해결되면 매각 조건이나 가격은 (LG측과) 재협상을 벌일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LG와 산단공의 줄다리기에도 손을 놓고 있던 창원시와 경남도는 뒤늦게 ‘LG잡기’에 나서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11일 산단공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백억을 들여서라도 대기업 R&D센터를 유치해야 할 판에 100억원 때문에 센터를 다른 곳으로 내보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해당부서에 대책강구를 지시했다.
안상수 창원시장도 14일 간부회의에서 “LG 연구복합단지는 창원산단 구조고도화를 위해 필요하고, 도움을 주더라도 유치해야 한다”며 “산단공이 동남전시장을 LG전자에 팔겠다고 약속해 놓고 부지를 새로 감정해 돈을 더 요구한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창원시 해당부서에 대해서도 “1,000여명의 고급인력이 상주하고 2,000억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되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라며 “협상과정에서부터 개입해 성사시키도록 노력했어야 옳았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처럼 홍 지사와 안 시장이 뒤늦게 적극 나서면서 꺼져가는 협상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동남공단 전시장은 기업 생산제품을 홍보하고 근로자들의 교육장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1980년 12월 준공됐다가 1989년 전시동 등 본관을 증축했으나 시설이 노후화 되고 창원컨벤션센터(CECO)등이 들어 서면서 기능을 상실, 산단공은 2010년 매각 공고를 냈다.
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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