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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재력가 뇌물 장부에 검·경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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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재력가 뇌물 장부에 검·경 긴장 고조

입력
2014.07.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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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이름 10여차례 등장…액수도 1천만원 넘는 듯

60대 재력가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을 우선 살인교사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기로한 3일 오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김 의원이 검찰로 송치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60대 재력가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을 우선 살인교사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기로한 3일 오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김 의원이 검찰로 송치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원이 연루된 강서구 재력가 송모(67)씨 살인 사건과 관련해 송씨가 남긴 금전출납 장부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수사에 들어가면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서울 남부지검은 14일 송씨가 작성한 '매일기록부'를 토대로 송씨가 공무원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기록부는 송씨가 하루하루 돈을 쓴 내역을 메모해 놓은 일종의 가계부이지만 검사와 경찰, 구청 공무원, 전현직 시·구의원 등의 이름이 대거 등장해 사실상 로비장부이기도 하다.

그런데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도 검찰 수사와 별개로 이 장부에 적힌 내용에 대한 내사를 벌이고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일단락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 수사가 확대돼도 손을 떼는 것이 통상적인 예인데,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이례적으로 계속 조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부는 현재 검찰이 확보하고 있지만 경찰도 장부에 나온 내용을 메모해 놓아 내용을 파악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경찰은 김 의원의 살인 교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보강수사 차원에서 송씨가 김 의원에게 청탁한 부동산 용도변경과 관련된 로비 의혹에 대해 계속 수사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송치한 사건(송씨 살인사건) 외에 별건의 사건에 대해서는 추가 단서가 나오면 내사든 수사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장부에 수도권 검찰청에 있는 A부부장 검사의 이름이 등장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경찰이 검사가 연루된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를 벌였지만 검찰이 도중에 수사를 가져가 버려 경찰을 허탈하게 만든 예가 적지 않아 경찰은 절치부심해 왔다.

과거 사건 관계자로부터 10억원대 뇌물을 받은 김광준 검사 사건이나 성형외과 의사에게 연예인 에이미의 무료 수술 등을 강요한 이른바 '해결사 검사' 사건이 그랬다.

가뜩이나 두 기관은 오래전부터 수사권 조정 문제로 팽팽한 긴장 관계를 맺으며 자존심 싸움을 해 왔다.

장부에는 검사와 경찰관의 이름이 모두 있어 검경이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상황이지만 경찰이 한결 여유가 있다.

장부에 경찰관들이 여럿 올라 있지만 모두 계급이 높지 않고 장부상 금액도 소액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 측 인물은 부부장 검사인데다 받은 금액도 검찰과 경찰이 파악한 정보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검찰은 A검사가 받은 금액이 두 차례에 걸쳐 300만원이라며 '축소'에 급급한 모습이지만 실제 A검사의 이름이 10여 차례 등장하고 금액도 1천만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검찰은 애초 A검사가 받은 금액이 200만원이라고 했다가 이날 300만원으로 금액을 수정한 마당에 이름이 더 많이 등장하고 금액도 합하면 1천여만원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난처한 상황이 됐다.

경찰은 유족이 검찰로부터 장부를 돌려받으면 이를 입수해 내용을 다시 확인해 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상황에 따라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도 경찰이 '새로운 단서 확보'를 이유로 재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장부는 검찰과 경찰이 또다시 조직의 자존심을 걸고 격돌하게 하는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검사 연루 여부를 떠나 작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 경찰의 특수수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모처럼 대형 사건의 단서를 먼저 확보한 경찰이 자존심을 회복할 좋은 기회로 보고 적극적으로 뛰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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