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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권하는 사회…글쟁이들의 비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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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권하는 사회…글쟁이들의 비법은?

입력
2014.07.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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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문장'-글쓰기, 수사보다 논리가 먼저

김형수 '삶은 언제…'-문학은 일상에 녹아있어

안건모 '삐딱한 글쓰기'-글쓰기로 세상을 배워

나탈리 골드버그 '버리는 글쓰기'-내면 직시해야

인터넷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글쓰기 능력은 개인의 사회적ㆍ문화적 소양을 측량하는 척도가 됐다. 시인, 소설가, 기자 등 글쓰기에 매혹된 이들이 저마다 글쓰기 비법을 풀어놨다. 군더더기 없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부터 글쓰기가 생의 구원이 됐다고 간증하는 이까지 다양하다. 왼쪽부터 고종석, 김형수, 안건모, 나탈리 골드버그. /2014-07-14(한국일보)
인터넷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글쓰기 능력은 개인의 사회적ㆍ문화적 소양을 측량하는 척도가 됐다. 시인, 소설가, 기자 등 글쓰기에 매혹된 이들이 저마다 글쓰기 비법을 풀어놨다. 군더더기 없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부터 글쓰기가 생의 구원이 됐다고 간증하는 이까지 다양하다. 왼쪽부터 고종석, 김형수, 안건모, 나탈리 골드버그. /2014-07-14(한국일보)

인터넷이 인간을 바보로 만들 것이란 막연한 공포가 떠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왠걸, 인터넷의 비약적인 발달은 모든 이들에게 글쓰기 능력을 강요하는 시대를 불러왔다. 짤막한 글이라도 거기서 드러나는 지식과 사상, 문장의 수준은 순식간에 글쓴이의 사회적 계급을 가늠케 할 정도다. 최근 글쓰기 방법에 관한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전업 시인부터 기자, 소설가, 버스기사, 평론가 등 다양한 직종의 글쟁이들이 자신만의 글쓰기 비법을 공개했다.

전직 기자이자 소설, 시 평론을 썼던 고종석씨는 ‘문장’을 펴냈다. 2012년 저자의 절필 선언 이후 나온 첫 책으로, 지난해 9월~12월 숭실대에서 진행한 글쓰기 강좌 12회 중 앞의 6강을 녹취 정리한 것이다. ‘당대의 문장가’라는 수식답게 책에는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철학이 또렷이 드러나 있다. 논리와 수사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논리라는 주장부터(심지어 문학작품도) 한자어를 쓰지 말자는 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것인지, 동의중복 표현을 왜 허용해야 하는지, ‘제주 방언’이란 단어가 얼마나 정치적인지 등등. 한 분야에서 일정한 경지에 오른 이만이 가질 수 있는 ‘균형 잡힌 편애’와 그를 강조하는 거침없는 입담은 글쓰기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도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김형수 작가의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는 글쓰기 중에서도 문학에 집중한다. 시인이자 소설가, 평론가로 30년 간 글쓰기를 해온 작가는 문학이 범인들의 세계와 격리된 별개의 예술이 아님을 재차 강조하며 문학과 삶의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데 주력한다. 친구의 하숙집에서 본 “휴지만 병기에 너주셔요”라는 글귀, “오줌이 마려워서 뒤뜰에 갔다”로 시작하는 초등학생의 시가 어떻게 문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며 작가는 독자의 내면 어딘가에 숨어 있을 문학의 본능을 건드린다. “(문학은) 마약 못지 않고 아편 못지 않게 중독이 되고 또 그로 인해 변화된 삶을 추구하게 되는 겁니다. 문학을 통해 변화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단계, 이 단계가 바로 문학적인 삶이 살아지는 단계이겠죠.”

안건모 씨의 ‘삐딱한 글쓰기’는 27세부터 46세까지 버스 기사로 일했던 저자의 글쓰기 강좌다. 안 씨는 버스기사로 일하는 동안 겪은 불합리한 일들을 글로 쓰며 작문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변했다고 고백한다. 전업 글쟁이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서 글쓰기의 위력에 경도된 모습은 작문의 위대함을 설명하는 어떤 이론가의 말보다 더 무겁게 다가온다. “글을 쓰면서 나는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고, 세상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사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알게 되면 고된 삶도 무섭지 않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로 전세계에 글쓰기 붐을 일으킨 작가 나탈리 골드버그도 ‘버리는 글쓰기’를 펴냈다. 전작의 성공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은 작가가 10년 만에 내놓은 책에서 그는 쓰는 이가 자신의 내면을 온전히 마주하지 않으면 읽는 이를 납득시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밖에 한승원 시인의 ‘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과 시인이자 문학 강사인 정제원의 ‘작가처럼 써라’도 출간됐다. 한승원 시인은 시 작법보다는 시인에게 시가 다가오는 순간을 에세이처럼 그려냈고, 정제원 시인은 ‘간소하게 쓸 것, 호기심을 자극할 것’ 등 당장 작문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들을 풀어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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