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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옥수 신창원 검거

입력
2014.07.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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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7월 16일, 도피 중이던 탈옥수 신창원이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 체포돼 경찰에 압송되고 있다. 그가 입은 화려한 티셔츠는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9년 7월 16일, 도피 중이던 탈옥수 신창원이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 체포돼 경찰에 압송되고 있다. 그가 입은 화려한 티셔츠는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날씨도 더운데 왜 젊은 사람이 집안에서 모자를 쓰고 있지? 이상한데…’

전남 순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가스배관을 살피던 설비업체 직원 김영군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군 정보부대 출신다운 특유의 감각이었다. 러닝머신과 벤치프레스 등 채 뜯지 않은 운동기구가 널려있는 것을 확인한 김씨는 확신을 갖고 아파트를 빠져나오며 전화를 찾았다.

“경찰이죠? 여기 신창원과 비슷한 사람을 봤어요”

1999년 7월 16일 오후 3시 40분경, 서울경찰청 112 지령실에 신고전화가 접수됐다. “뭐라고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직감적으로 예사 전화가 아님을 판단한 최은 순경은 옆에 비치해둔 탈옥수 신창원의 수배전단을 꺼내 들었다.

“키는 170cm가 넘는 것 같고 광대뼈가 튀어나왔습니다. 호리호리한 체격도 비슷하고요”

흥분된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 자리를 박찬 최순경은 곧바로 전남경찰청 상황실에 신고내용을 통보했고 이 내용은 4분 뒤 순천경찰서로 전해졌다. 순천경찰서는 초비상이 걸렸다. 무장한 수사요원과 전경들이 신속히 은신처로 집결했고 4시 50분, 검거개시 명령이 떨어지자 조용히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요?” 남자 목소리가 나온 뒤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은신의 귀재’였던 신창원이 초인종에 반응한 것을 후회하는 순간, 배관 파이프를 타고 내려온 경찰들이 뒤편 베란다를 통해 거실로 들어섰다. 깜짝 놀란 신은 몸을 날려 저항했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경찰들의 포위망을 뚫기는 무리였다. 체념한 그는 소파에 주저앉아 “내가 신창원이요” 자백하며 양 손을 내밀었다. 97년 1월 부산교도소에서 탈옥한 후 2년 6개월에 이르는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1967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신창원은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절도죄로 소년원에 들어갔던 그는 출소 후 서울로 올라와 음식점 배달부로 일하면서 범죄에 빠져들었고 89년, 서울 돈암동 골목길에서 동료들과 강도살인을 범한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전국의 교도소를 돌며 복역 생활을 이어가던 97년, 부산교도소 화장실 쇠창살을 절단하고 탈옥한 신은 이후 기나긴 잠적에 들어갔다. 담력과 체력을 갖춰, 부상 중에 맞닥뜨린 경찰을 쓰러뜨리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추적을 따돌려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장기간 도피 끝에 이날 체포된 신창원은 그가 입은 알록달록한 티셔츠로 인해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유행까지 불었으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의 패션을 따라 하는 ‘블레임 룩’의 원조라 할만하다.

신창원은 현재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이고 당시 5,000만원의 현상금을 받은 신고자 김씨는 이후 경찰에 특채됐다. 현상금 5억 원에, 역시 장기 도피중인 유병언은 언제 체포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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