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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에 숨겨진 국산 블록버스터 'HOT 4'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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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에 숨겨진 국산 블록버스터 'HOT 4'의 전략

입력
2014.07.1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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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동영상]

영화 '명량'의 한장면. CJ E&M 제공
영화 '명량'의 한장면. CJ E&M 제공

유례가 없다. 제작비 100억원대 충무로 영화 네 편이 릴레이 개봉을 한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여름대전이 충무로 관계자들의 피를 말릴 태세다. 매 작품이 일주일 간격으로 소개된다. 한국영화 빅4 투자배급사의 대표선수들이다.

‘군도: 민란의 시대’가 23일 먼저 포문을 연다. ‘명량’이 30일,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8월6일, ‘해무’가 13일 각각 개봉한다. 앞의 세 작품은 사극이고 뒤의 세 작품은 바다를 배경으로 했다. 사극과 바다 두 단어로 압축된 흥행 겨루기다. 각 배급사들이 사활을 걸지만 그 밥에 그 나물처럼 비쳐질 우려가 있다. 예고편으로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블록버스터 4편의 예고편을 보면 여름 흥행대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예고편을 통해 충무로 여름 빅4의 전략과 특색을 살펴본다.

영화 '군도' 한 장면.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제공
영화 '군도' 한 장면.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제공

-군도: 민란의 시대

혼돈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지배계급과 피지배층의 다툼을 전한다. 예고편은 양반들의 학정에 맞서 무리를 이끄는 쌍칼(하정우)과 탐관오리(강동원)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 ‘추격자’와 ‘국가대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에 출연하며 충무로 최고의 흥행카드가 된 하정우를 부각시키면서 군대를 제대 뒤 첫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강동원을 앞세운다. 군중들이 등장하는 장면도 여러차레 보여주며 영화의 ‘크기’를 강조한다. 감독은 윤종빈. 대학 졸업작품으로 만든 ‘용서 받지 못한 자’로 칸국제영화제에 진출하며 화제를 뿌렸던 인물로 ‘범죄와의 전쟁’을 발판 삼아 흥행 감독이 됐다. 예고편은 하정우와 강동원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윤종빈의 이름을 강조하며 마감한다. 스타 배우와 명품 조연배우들이 충무로의 떠오르는 젊은 감독과 함께 했음을 담으려 했다.

-명량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소재로 삼았다. 뜨거운 연기의 달인 최민식이 이순신을, 늦깍이 스타 류승룡이 적장 구루지마를 각각 연기했다. 30대 스타를 내세운 ‘군도’와 달리 중년 배우의 안정된 연기력에 승부를 걸었다. 해전이 소재가 된 작품인만큼 수군들의 전투 모습을 강조한다. 바다를 가득 메운 왜선의 진용과 군선의 폭파 장면들을 통해 블록버스터로서의 외관을 강조했다. 잘 알려졌고 이미 영화와 TV로 많이 알려진 내용인만큼 사실적인 장면 재현에 역점을 뒀다는 점을 알리려 한다. ‘군도’와 마찬가지로 감독의 이름이 예고편의 끝을 장식한다. ‘최종병기 활’로 800만 관객을 동원했던 김한민 감독이 영화를 지휘했다. 흥행 감독과 검증된 연기력을 지닌 묵직한 배우들의 만남이 스펙터클과 함께 어우러졌음을 드러내려 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유해진의 목소리가 예고편을 연다. 진지한 연기도 꽤 했으나 웃음기 어린 역할을 주로 맡았던 배우의 내레이션이 웃음에 방점을 찍는 영화의 성격을 나타낸다. 영화의 배경은 조선이 개국할 때다. 명나라 황제가 조선왕에게 하사한 국새를 고래가 삼킨다. 해적과 산적이 현상금을 위해 고래를 쫓으면서 빚어내는 다툼이 영화를 이끈다. 손예진과 김남길을 내세워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도 풍긴다. 바다를 배경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려고도 하나 결국 영화는 코미디에 승부를 건 듯하다.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수영법을 설파하는 유해진의 모습이 예고편을 마무리하며 웃음을 전한다. 이석훈 감독 작품인데 예고편은 감독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방과 후 옥상’과 ‘두 얼굴의 여친’을 만들었고 ‘댄싱퀸’을 흥행시켰으나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의 이름보다 배우와 코믹한 내용을 강조하며 잠재적 관객층을 자극하려 한다.

-해무

예고편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둡다. 밀항과 밀항에 따른 비극을 소재로 한 영화답다. 바다를 배경으로 밀항선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극적 갈등과 휴머니즘을 강조한다.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김윤석과 인기 아이돌그룹 동방신기 멤버 박유천의 연기호흡에 포커스를 맞췄다. 여름 대작이란 외관과 달리 진지한 내용을 다뤄서일까. 예고편은 감동적인 드라마가 전해질 것임을 반복적으로 전하려 한다. 신인 심성보 감독의 데뷔작이기에 감독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이 제작에 나서 화제가 됐던 작품인데 봉 감독의 이름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심 감독은 봉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다. 봉 감독은 연출에만 주력하겠다고 말해왔으나 ‘해무’의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심 감독과의 의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제작에 나서고 싶지 않았던 봉 감독의 심정이 예고편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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