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 물 샌다" "도로에 구멍" SNS 등 통해 불안감 급속 확산
교통혼잡 대책 부족도 지연 이유 자문단은 7월 말까지 결론 낼 듯
“석촌호수 주변으로 이사 하려고 했는데, 잠실을 떠나야 할까요.”
서울 잠실의 초고층 제2롯데월드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고 인근에서 싱크홀(땅이 갑작스럽게 푹 꺼지는 현상)도 생겼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 후 잠실 일대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온라인과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555m, 123층짜리 ‘롯데월드 타워’와 주변 건물들로 이뤄진다. 이중 롯데월드 타워는 2016년 말 완공 예정으로 공사 중이며 현재 74층까지 올라갔다. 완공 시점 기준으로 전세계 초고층 빌딩 가운데서 6위의 높이다. 그런데 안전과 교통문제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제2롯데월드 중 올 5월로 개장이 예정됐던 에비뉴엘동(명품관 면세점), 쇼핑몰동(쇼핑시설), 엔터동(시네마) 등 저층부 개장이 한 달 이상 늦어지고 있다.
롯데는 지난달 9일 저층부 임시 사용 승인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수정 보완 중이다. 통상 일주일 내 결정이 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서울시 이건기 주택정책실장은 “관련부서가 총 60여개라 분야별로 결론을 내리는 데 시일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개장이 늦어지는 것은 무엇보다 초고층 건물 건설을 둘러싼 안전논란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 건축으로 인해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졌고 ▦주변에서 싱크홀이 생기는 등 주변 지반이 약화하고 있다는 것. 롯데가 지하 6층 깊이(37m)까지 터파기를 하면서 지하에 새롭게 물길이 생겨 지하수가 유출되고 이를 채우기 위해 석촌호수 물이 흘러나가면서 수위가 낮아졌다는 주장이다. 또 이 공사로 도로나 건물 밑의 흙이 지하수와 함께 쓸려가면서 지반이 주저앉으면서 싱크홀이 생겨나고 있다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송파구가 조사용역업체를 선정해 1년간 세부조사를 거쳐 제2롯데월드 건설이 석촌호수 수위 변화에 미친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다. 서울시도 별도로 서울시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해 직접 별도 연구용역을 발주키로 해 정확한 결과는 용역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롯데건설은 “석촌호수는 원래 인공호수라 제2 롯데월드 공사 이전에도 늘 한강물을 채워 수위를 유지해 왔다”며 수위저하 주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불안감 해소를 위해 토목설계를 맡았던 영국 업체인 오브 아룹이 최근 현장조사를 마쳤고, 지반공학회에도 4개월 가량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시민 자문단의 한 자문위원은 “완공된 건물이 안전하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결론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지반과 주변 건물이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지금 누구도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없다”며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별도로 정밀 조사가 필요하고, 4계절에 따른 지하수 흐름, 석촌호수 유출량 등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9개월~1년의 시기가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크홀 문제에 대해 관할 관청인 송파구는 “오래된 하수관로에 문제가 생겨 지하의 구멍이 생겨 도로가 주저앉은 것으로 제2롯데월드 공사와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저층부 임시 승인을 검토하기 위해 모인 서울시 시민 자문단의 관계자도 “1일 싱크홀에 대해 점검했는데 잠정 결론은 수도관 이상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롯데와 개연성이 없다고 단정해서 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시민 자문단 일원인 경실련 신영철 건축공학 박사는 “건물 건설과정과 구조에는 문제가 없지만, 토질 전문가가 자문단에 참여하지 않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제2롯데월드 개장에 따른 교통혼잡 문제도 저층부 개장이 늦어지는 원인이다. 저층부 3개동만 열어도 하루 최대 20만명의 이용객이 늘어나고, 건물이 완공되면 잠실역 주변 교통량이 적어도 20%증가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자문단도 서울시나 롯데가 교통량 증가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자문단 내에서 “주차장 등 건물진출입 문제뿐만이 아니라 주변 대중교통 지원 등에 대한 대책이 부족해 현재 상태로라면 임시승인은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익섭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도 “저층부 쇼핑몰들이 개장하면 2009년 영등포역 앞 타임스퀘어 개장 때보다 더 혼잡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일단 개장하고 이후에 보강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주변의 잠실역 버스환승센터나 잠실길 지하차도, 잠실역4거리 지하보행광장 등 교통대책은 이미 공사가 완료됐거나 마무리 단계라 우려하는 혼잡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착공이 안된 올림픽대로 하부 연결공사나 탄천변 도로확장도 서울시가 관련 예산을 확보하면 2006년 완전 개장이전에 공사를 끝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자문단은 분과 별로 교통대책, 안전대책 등에 대한 자료를 서울시와 롯데에 요청해 놓고 있는 상황이며, 늦어도 7월말까지는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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